2019년까지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대에 살았습니다. 아웃바운드 관광객(해외여행을 떠나는 내국인) 수는 매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연간 2,871만 명이 해외여행을 떠났습니다. 인바운드 관광객(방한 외국인) 수 역시 역대 최고치인 1,750만 명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죠. (출처 : 한국관광 데이터랩)
이를 증명하듯 눈을 감았다 뜨면 새 노선이 생겨 신규 취항 이벤트를 하거나 새로운 관광 지역이 펼쳐지는 등 신기한 시대를 경험했습니다. 그야말로 관광산업은 호황을 맞이했는데요.
한창 성장할 무렵이던 2020년 1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습을 받게 되었습니다. 곧이어 3월에는 여객의 이동 수가 최저점인 -98.5%를 기록했고, 이후 지난 3년간 관광 산업은 지구상에서 사라진 산업이었죠.
그러나 3년이 지난 시점인 지금 우리는 엔데믹을 향하고 있고, 위드코로나 시대 넥스트 스텝을 준비해야 합니다.
2023년 관광산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Returning’이 꼽힙니다. 관광산업이 활기를 되찾았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관광객들도 돌아왔다는 의미죠. 2022년 10월 통계를 보면 아웃바운드 관광객 수가 코로나 이후 가장 많은 증가세를 보이며 최고치를 기록했고, 인바운드 관광객 역시 꾸준히 증가하며 관광·여행 산업이 빠른 속도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통계 수치만으로는 관광·여행 산업이 되돌아왔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요.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SNS에서도 기존까지는 코로나 이전에 다녀왔거나, 팬데믹 기간 중 간헐적으로 떠난 해외여행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 현재는 '지금 여행 중인' 여행자들의 콘텐츠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해외로 떠나는 내국인과 국내로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은 어느 여행지로 향할까요?
먼저 내국인 여행자가 선택한 해외 출국지는 일본과 동남아로 몰리고 있습니다. 아직 코로나 팬데믹 이전만큼 노선이 회복되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10월 11일부터 일본이 무비자 여행을 허용하면서 주요 도시인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로의 여행이 증가하고 있죠.
자유 여행만이 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터파크 자료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패키지 예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353% 급증했다고 합니다. 베트남, 일본, 태국 등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 전통적인 여행지의 예약률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일본 패키지 상품은 전달보다 3만 3,114%가 뛰었다고 하는데요.
3년간 봉쇄 정책을 펼쳐온 중국이 1월 8일부터 시설 강제 격리를 폐지하고 해외여행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2023년은 중국으로 떠나는 여행객도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으로의 여행은 높은 환율로 부담을 느끼는 여행객이 많습니다. 이는 금리 인상 속도와 환율 안정화 시기에 맞물려 있고, 당분간 장거리 여행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처럼 해외여행을 떠나는 내국인이 늘어난다는 건 곧, 활성화되었던 내국인 관광의 감소로 연결될 것이 자명합니다. 내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대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을 써야 할 텐데요.
글로벌 여행 및 레저 이커머스 플랫폼 클룩이 발표한 10월 인바운드 여행 트렌드에 따르면 외국인 여행객에 인기 있는 한국 지역으로 서울이 1위, 그 뒤로 경기도, 강원도, 부산, 제주로 나타났습니다. 주로 자유 여행을 위한 액티비티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바운드 관광객이 선호하는 지역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호텔을 비롯한 숙박업소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친절함’을 갖춰야 합니다. 여기서 친절함이란 단순히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말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서울, 경기를 벗어나면 광역시와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영어로 안내된 표지판을 찾기 어려운데요. 간판도 대부분 한글로 되어있어서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식당인지, 물건을 판매하는 매장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다른 나라에 비해 여행하기 친절한 편은 아니란 거죠.
우연히 프랑스 출신 방송인 ‘파비앙’ 씨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지난여름 가족이 프랑스에서 한국을 방문했는데, 한양도성 둘레길을 걷다 낙오된 삼촌이 홀로 허기를 채우려다 식당을 찾지 못해 2시간 동안 헤맸다는 일화를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습니다.
아마 미국이나 동남아였다면 식당을 찾지 못해 굶주린 배를 부여잡지는 않았겠죠. 프랜차이즈 매장이 아닌 이상 영어나 외국어 표기가 잘 된 식당이 많지 않은 것처럼, 숙박업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일 겁니다.
외국인들이 호텔을 예약하고 잘 찾아왔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위해 준비된 시스템이 없다면 편의성은 물론 재방문율이 저하될 테니까요.
보다 ‘친절한’ 안내를 위해서는 호텔 이용 방법을 외국어로 직접 안내하거나, 한국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를 고려하여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된 안내 자료를 구비해두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호텔 근처 시설이나 관광지를 안내하는 자료도 함께 준비하면 편의성이 더욱 증대되어 외국인 관광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겠죠?
앞서 말한 외국어로 숙소 이용 방법을 안내하는 것과 더불어, 우리가 해외여행 시 겪은 불편함을 상기하며 이를 상쇄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지난여름 방문했던 한 숙박업소는 탕과 국으로 구성된 한국식 식사를 조식으로 제공하였는데요.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했지만, 만약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선택지 없이 무조건 한식이 제공되는 경험이 좋게 느껴질까요? 그건 아닐 것으로 생각합니다.
코로나 이전에 인기를 끌었던 예능 ‘스페인 하숙’에서 체크인 시 저녁과 아침 옵션을 묻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한식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이 직접 옵션을 선택하여 거부감이 없도록 했죠.
최근 정부가 2023년과 2024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지정하고 2027년까지 외국 관광객 3,000만 명 달성을 위해 K-컬처와 연계한 방한 관광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호텔을 비롯한 숙소에서도 여행자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관광산업의 성장과 함께 더욱 큰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성장을 하신 분들도,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모두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과 함께 리오프닝되는 현시점에 더 크게 성장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그간 전해드린 호텔·여행산업에 대한 인사이트가 작게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03. 엔데믹 시대로의 전환, 이제는 가성비보다 가심비 여행
04. 호텔 매출 상승을 위한 방안, MICE 프로그램
07. MICE 유치를 위해 호텔이 고려해야 할 3요소
08. 2023년 여행산업 전망과 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