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여행 콘텐츠 플랫폼 ‘세시간전’을 운영하는 (주)모먼트스튜디오 신성철입니다. 모먼트스튜디오는 여행 콘텐츠를 베이스로 여행의 경험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국내외 MICE 기업행사를 진행하는 등 18년간 여행업계에 종사한 바 있습니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호텔과 여행산업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ONDA와 연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경험이 호텔 혹은 여행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지난 18년간 여행업계에 종사하며 다녔던 장소와 묵었던 숙소를 생각해보면 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정말 기억도 안 날 만큼 많이요. 최고급 호텔이나 리조트에 묵기도 했고, 16인실 도미토리에서 잠을 청했던 적도 있었죠.
하지만 그 많은 숙소 가운데 큰 기업의 행사를 하며 머물렀던 비싸고 고급스러운 숙소만 기억나지는 않네요. 객실은 조금 허름했지만, 창문을 열고 바라보는 바다 전망이 멋있었던 보라카이의 리젠시 리조트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샤워 부스 문을 닫을 수 없을 정도로 협소했던 터키 이스탄불의 한 호텔이 세부의 샹그릴라 호텔보다 더 생각납니다.
전 세계 23개국, 150개 도시를 다니다 보니 각양각색의 숙소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규모나 서비스의 차이가 있는 대형 브랜드 호텔, 혹은 소규모 호텔 등 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운영자가 자신의 업장, 즉 숙소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손님의 경험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제가 경험한 다수의 고급 숙소들은 어딜 가도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고객이 느끼는 경험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구조나 인테리어가 브랜드 고유의 색깔을 갖고 있기 때문이겠죠.
예를 들어 라스베가스의 베네시안 호텔과 마카오의 베네시안 호텔은 방의 구조나 인테리어가 거의 동일하기에 객실의 느낌이나 고객이 경험하는 바는 비슷할 거예요. 그래서 많은 인원으로 여행할 경우 안전하게 마카오에서의 경험에 기반하여 라스베가스의 베네시안을 택하기도 합니다.
반면 소규모이거나 단일 브랜드의 숙소가 주는 경험과 느낌은 다소 독특합니다. 아무래도 브랜드 호텔보다는 유연한 멋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제 머릿속에 항상 떠오르는 숙소가 있는데요. 일본의 북쪽인 북해도에 있는 노보리베쓰의 ‘마호로바’라는 호텔로, 다른 온천 호텔과는 다르게 다다미 객실부터 노천 온천을 경험할 수 있었죠. 특히 눈이 내리는 노천 온천을 한 번 경험하고 나니 마치 신선놀음과도 같아서, 눈이 내리는 겨울날이면 아직도 제 머릿속에서는 그날 그곳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이처럼 숙소들은 규모의 차이에 따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 체계를 구축하거나, 혹은 ‘Only One’ 전략을 통해 브랜드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유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떠올려볼까요? 호텔처럼 체계적인 시스템보다는 그 숙소에서만 경험하거나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부각하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계속해서 예약이 일어나도록 했죠. 숙소를 소유하지 않았음에도 에어비앤비의 시가총액이 힐튼이나 메리어트와 같이 대형 호텔 브랜드를 합한 것보다 크게 평가되는 것 역시 이 이유에서 기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는 호텔을 비롯한 숙소를 단순히 ‘숙박 장소’로 보는 전통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머물고 경험하는 장소로 인식하게 된 것이죠. 따라서 고객이 숙소에 머물며 무언가 느낄 수 있도록 경험을 제공하는 측면으로 전략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숙소를 어떻게 규정할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숙박업소인지, 아니면 고객에게 머무는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자로 다가갈지 달라지기 때문이죠.
만약 숙소를 '단순히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규정한다면 호텔과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여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두면 됩니다. 반대로 '머묾의 경험을 제공'하려 한다면 숙소, 또는 숙소가 제공하는 것에 더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계속해서 고객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한 방식이 고객에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첫걸음일 테고요.
저 역시 가치를 부여한 숙소에 더 마음이 갔던 경험이 있습니다. 오키나와의 시골에 위치한 ‘코지’라는 호스트의 숙소에서는 여행에서 쉼이 주는 가치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포항의 '선바우집'은 오래된 할아버지 집을 리모델링하며 어린 시절 이야기를 전해주던 호스트의 편지에서 배려와 감동을 동시에 느꼈고, 더 나아가 지역과 그곳에 대한 머묾의 가치를 더욱더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는 객실 수가 많거나 적고, 혹은 돈이 많거나 적은 것의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의 선택을 통해 고객은 숙소에 대한 기억을 갖게 될 테니까 말이죠.
또한, 오히려 규모가 크지 않은 숙소라면 더더욱 트렌드를 팔로우해야 합니다. 우리 숙소의 타깃을 정하고 해당 타깃층이 어떤 경험을 하기 위해 숙소에 머무는지 SNS를 통해 탐구하고 연구하며 쫓다 보면 결국 트렌드를 파악하게 될 것입니다.
한 예로 2020년부터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며 많은 여행자가 해외 대신 국내 여행을 택하고 있는데요.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타인과 함께하는 여행보다는 가족, 혹은 소수의 일행과 별도의 안전한 공간에서 즐기는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객실 단가가 높게 형성된 풀빌라나 프라이빗 숙소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모습에서 이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해외로 나갈 수 없는 여행객들의 대안으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단독 공간이 주는 안전성은 코로나 시국에서 높은 가치로 다가왔기에 여행객에게 최우선 순위로 선택되었죠.
숙소를 잠자는 곳으로만 규정한다면 고급 매트리스, 또는 고급 침구류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그러나 단순한 숙박이 아니라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다시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것이 숙소가 궁극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당신의 업장을 어떻게 규정하시겠습니까?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시겠습니까?
어떤 가치를 제공하시겠습니까?
한 번쯤 고민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01. 당신의 업장을 어떻게 규정하시겠습니까
03. 엔데믹 시대로의 전환, 이제는 가성비보다 가심비 여행
04. 호텔 매출 상승을 위한 방안, MICE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