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전 글에서 코로나19가 가져온 여행산업 트렌드의 변화에 관해 얘기했는데요. 그중에서 ‘럭셔리 여행의 수요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나요? 오늘은 가성비보다 가심비를 택하는 럭셔리 여행의 수요 증가로 인해 숙박 시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얘기해보겠습니다.
해외여행을 떠나던 여행자, 국내 고급 숙소로 방향을 틀다
숙박 판매 B2B 플랫폼 ‘ONDA(온다)’에서 발표한 2021년 숙박지표에 따르면, 국내 숙박 시장의 메인스트림을 이루던 펜션의 고급화 유형인 풀빌라의 거래액이 2020년 대비 12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 역시 1박에 30만 원 이상인 5성급 수준의 호텔, 리조트, 풀빌라의 거래액이 137%가량 급성장했다고 밝혔죠.
이처럼 소비자들이 풀빌라와 같은 고급 숙소를 찾는 이유는 코로나19로 막혀버린 해외여행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이를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모먼트스튜디오는 조사 전문기관인 오픈서베이에 우리 국민의 평균 여행 경비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는데요. 그 결과 1회 여행 시 지출하는 1인 평균 비용이 국내 여행의 경우 '50만 원 ~ 100만 원'인 반면, 해외여행은 '200만 원가량'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여행 횟수도 함께 조사해보니 코로나19 이전에는 1년에 국내 여행을 1회, 해외여행을 2~3회 떠나던 여행객들이 코로나 이후 강제적으로 국내 여행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종합해보면 해외여행에 200만 원 이상 이상을 지출하던 여행객들이 코로나로 인해 해외로 떠날 수 없자 국내여행에 지출하는 비용이 증가하였고, 자연스레 5성급 호텔, 리조트, 풀빌라 등 고급 숙소로 수요가 전환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밀집도가 낮은 자연경관 지역에 대한 선호
에어비앤비에서 발표한 제주도 여행 관련 자료에서도 지난해인 2021년, 전체 공간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독채형의 이용 비중이 47.7%로 높게 나타나며 고급 숙소에 대한 수요의 증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호텔이나 콘도미니엄 등의 숙박시설은 포함하지 않아 전체 고급 숙소로 보기는 어렵지만, 에어비앤비 내에서 독채형의 이용 비율을 알 수 있어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죠.
이런 형태는 밀집도가 낮고 자연경관을 보며 휴식을 취하는 지역의 선호도와 함께 프리미엄 숙소를 이용하는 경향이 상승했음을 의미합니다.
2030을 사로잡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숙소
아울러 여행은 ‘여행하는 중’이나 ‘다녀온’ 후 타인에게 노출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SNS 노출을 통해 정보를 획득하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기존과 같이 광고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평점 관리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기가 많은 숙소의 경우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쌓고, 평점을 높이며 지속적인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죠.
여행객에게도 ‘SNS에 포스팅되었을 때 ‘좋아요’가 많이 눌리는가?’가 숙소나 객실을 선택할 때 하나의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어떤 장소를 어떻게 여행하는지에 대해 기록하고 타인에게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은 2030 세대에게는 ‘인스타그래머블'함이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된 것이죠.
풀빌라와 같은 고급 숙소는 SNS로 정보를 얻는 것이 익숙하며, ‘인스타그래머블'한 숙소를 찾는 2030 세대를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고요.
코로나19 이후로 고급 숙소의 이용이 늘었다면, 다른 일반 숙소는 어땠을까요?
마찬가지로 ONDA(온다)의 자료에 따르면 일반 펜션은 2020년 대비 60%의 성장을 보이며, 성장세만 보았을 때도 비교적 나쁘지 않은 시기를 겪었습니다. 풀빌라와 같은 고급 숙소가 상대적으로 급격히 성장하여 눈에 띄지 않았을 뿐, 전반적으로 여행·숙박산업은 성장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제 일반 펜션은 고민을 시작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여행이 자연스레 활성화되었던 영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여행자의 트렌드가 변화했습니다. SNS에 업로드할 만한 특색 없이 ‘가성비'만을 내세우는 곳보다는 비용을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누가 봐도 ‘좋아요'를 누를만한 ‘가심비' 숙소를 고려할 테니까요.
그동안 가성비를 내세웠던 펜션이라면 벤치마킹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성과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한 가지 방안으로 투숙객을 상대로 깊이 있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단순히 좋아요, 혹은 나빠요와 같은 별점을 수집하기보다는 간단한 설문지를 통해 10점의 범위를 정하여 구체적인 답변을 받는 것이죠. 솔직한 이용객 후기는 개선이 필요한 요소를 파악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의 Product Market Fit 관점과 유사합니다.)
만약 고객 조사를 통해 개선 요소를 발견했다면 빠르게 이를 적용해보는 과정 역시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숙소는 창업 초기에 투자하는 것 외에 별다른 개선 없이 운영하곤 하죠. 물론 숙소 전체적으로 재투자하는 것에는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투숙객이라면 5년, 10년 된 숙소에 머물고 싶을지, 혹은 계속해서 고객의 편의를 위해 시설을 개선하는 숙소에 머물고 싶을지 생각해보셨나요? 한 번쯤은 숙소를 이용하는 사용자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심지어 코로나19의 팬더믹에서 엔데믹으로 점점 전환되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가 면제되면서 하나둘 해외여행을 떠나고 있고, 곧 지금보다도 더 자유롭게 여행하는 시기가 찾아올 것입니다. 공급 과잉의 숙박업 시장에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특정 테마가 있는 숙소, 그리고 풀빌라와 같은 고급 숙소라면 큰 걱정이 없겠지만, 중소형 숙박업소라면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앞서 얘기했듯이 투숙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라 개선해나간다면 이전보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여기에 한 가지 더해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입국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확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와 같은 해외 판매 채널에 우리 숙소가 노출되어 외국인이 예약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하지만 막상 외국인이 우리 숙소를 방문했을 때 외국어로 된 정보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어떨까요? 또는 숙소 방문 전후로 남긴 문의에 대응조차 할 수 없다면요?
아마 부정적인 리뷰로 인해 점점 외국인이 찾지 않게 될 것이고, 더 이상 매출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것 역시 자명한 사실입니다.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이며,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앞으로가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 숙소의 특색은 무엇인지,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는 만큼 외국인 수요를 놓치지 않으려면 어떤 것을 준비해 나가야 할지 고민하여 앞으로 우리 숙소를 찾아오는 고객을 잘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03. 엔데믹 시대로의 전환, 이제는 가성비보다 가심비 여행
04. 호텔 매출 상승을 위한 방안, MICE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