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필요한 호텔은 로컬의 특징을 로비에서부터 담아내는 등 지역색을 녹이고, 럭셔리하거나 복잡한 것 없이 편안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호텔이라고 생각합니다(한이경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대표)"
지난 6월 19일, 코엑스에서 코리아 호텔쇼가 열렸죠. 저희 온다(ONDA)도 부스로 참여한 가운데, 여러 전문가의 발표도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저자이자, 현재 ‘메리어트 호텔 그룹’ 한국 신규 오픈 총괄 PM 회사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한이경 대표님의 강연 제목이 눈에 띄었는데요.
테크 기업인 ‘온다’의 시각이 아닌 호텔 사업가의 시각으로 보는 한국 호텔 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기대가 들었기 때문이죠. 강의는 어땠냐고요? 명불허전. 역시 글로벌 시장을 누비며 호텔 사업을 해오신 ‘내공’과 ‘통찰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이경 대표는 호텔을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1성~6성으로 나누는 것이 아닌, 4단계 구분법으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럭셔리(Luxury), 프리미엄(Premium), 셀렉티브(Selective), 장기 숙박(Longer stay)으로 구분한 것이죠.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럭셔리, 프리미엄 호텔이 거의 없다고 한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5성급, 6성급 호텔이 프리미엄 호텔이 아니었다고요?
한 대표는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으로 럭셔리, 프리미엄 호텔이라는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객실 사이즈, 객실 욕실 구조, 대연회장의 크기나 높이, 레스토랑의 퀄리티 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는데요. 국내 최고급 호텔이라고 해도 해외의 최고급 호텔과 비교했을 때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거죠.
그런데 이는 한국 호텔 시장의 현실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럭셔리 호텔, 리조트를 만들기 위해선 엄청난 투자금이 들어가서 1박에 50만 원, 70만 원, 100만 원 이상의 객실이 소비돼야 합니다만, 한국은 아직 그 정도의 소비자층이 두텁지 않아요”
또 대형 리조트의 경우 2, 3층의 저층과 외부 공간이 중요하게 개발되어야 하는데, 태국 등 동남아와 다른 기후 조건을 가진 한국에서는 힘든 사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부산, 제주에는 그나마 호텔이 많지만, 지방 도시에는 숙소가 많이 없죠. 최근 지방에는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라고 하는 숙소 중 1박에 50만 원 이상인 곳이 있기도 하고, 한국에서 펜션이라고 부르는 숙소도 있지만 저에게는 참 불편한 기억이 많았습니다”
“(중략) 예를 들어 전라도에서 정말 유명한 스테이라고 들어서 방문했는데, 바닥에 까는 요가 너무 얇아서 허리가 부러지는 줄 알았어요. 또 다른 곳은 뷰는 좋지만, 샤워 시설과 화장실이 한 공간에 있어서 샤워를 한 번 하고 나면 바닥이 온통 물바다가 됐죠”
한 대표는 건식과 습식 공간의 확실한 분리, 좋은 침대가 편안한 경험을 주는 이유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고객에게 편안함을 주는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요.
이어서 위의 예시처럼 ‘인스타그래머블한 스테이’, ‘불편한 경험을 남긴 숙소’는 지속 가능성이 적다고 못 박았습니다.
즉, 호텔 및 숙박업은 고객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경쟁력이라는 얘기입니다. 고객이 스스로 다시 찾는다면 광고 비용이나 수수료 등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죠. 사실 높은 재방문율이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는 건 어느 업계든 이미 널리 알려진 경영 상식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열대림 같은 곳은 없지만, 우리나라 고유의 자연환경들이 정말 많아요. (통영, 충주, 마이산 등의 아름다운 사진을 보여주며) 통영에서 배를 타고 한산도로 향하면 얼마나 멋있는 광경이 펼쳐지는지 우리나라 사람들도 아는 분이 많이 없을 거예요”
“충주 전망대에 올라가서 보니 굉장히 재밌는 형태의 섬들이 있었는데, 세 곳 모두 머물만한 숙소가 없었습니다”
“저는 (특색 있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운영할 수 있는 호텔이) 운영될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이런 곳들이 그냥 방치되고 있다고 봅니다. 코로나 때문이긴 하지만 국내 로컬 여행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말이죠”
한 대표는 약 15만 원 대의 ‘셀렉티브 등급’의 매리어트 브랜드 ‘목시’를 예로 들었는데요.
목시는 서울 인사동에 있는 호텔인데 체크인 데스크가 따로 있지 않고 입구가 바(Bar)로 연결돼 있으며, 웰컴 드링크와 신나는 음악이 나온다고 합니다. 서울 시내에서 MZ 세대를 타깃으로 만든 15만 원 대의 호텔 브랜드인데요. 방은 작지만 기존 호텔에서는 보기 힘든 접이식 가구 등으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곳입니다.
그리고 이런 ‘지역’의 특성을 담아내는 합리적인 가격의 호텔이 필요하다며 한이경 대표는 일본의 예를 하나 더 들었습니다.
“일본에는 휴게소를 다수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 있는데요. 그 휴게소에는 해당 지역에서만 파는 토산물을 파는 장이 있어요. 이 회사에서는 이렇게 지역의 특징을 살려 150개가량의 호텔을 세우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호텔은 굉장히 심플해요. 조식만 제공하고, 편안한 침대 두 개가 방에 들어가죠. 그리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전기 콘센트 2개와 USB 충전 소켓 두 개가 있죠. 한국을 여행하다 보면 2인실의 콘센트가 하나밖에 없어서 난감한 경우 있잖아요”
“이런 작은 것들부터 고객의 편리함을 중요시하는 (방은 작지만) 합리적인 가격의 호텔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본 콘텐츠는 한이경 대표님의 발표를 온다(ONDA)가 허락받고, 일부 내용을 발췌·편집한 글입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발표 내용과 순서나 일부 표현을 수정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콘텐츠 작성을 허락해주신 한이경 대표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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