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OTA Insight, 호텔인네트워크, 그리고 ONDA 등 3사가 공동으로 주최한 ‘호텔업계가 겪는 인력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에 대한 웨비나가 열렸습니다. 인력난 해소를 위한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가 펼쳐졌는데요.
엔데믹으로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여행 시장은 활성화되고 있지만, 정작 호텔업계는 적어진 인력으로 많은 수요를 감당해야 하는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키오스크 같은 IT 시스템을 도입하여 단순 반복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거나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스타트업식의 조직문화로 변모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거고요.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꼭 필요한 부분도 있기 마련이죠. 장기적인 관점에서 호텔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잘 교육된 직원이 필요하고, 결국 좋은 인재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이 달라진 지금, 호텔업계 채용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했으며 앞으로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요?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1 호텔업 종사자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2보다 약 19%가량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많은 호텔이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으며 직원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고, 다른 업계로 떠난 직원들은 호텔로 돌아오지 않고 있죠.
여행시장이 회복되고 있음에도 호텔로 돌아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급여 조건으로 꼽힙니다. 최저시급은 계속 인상되고 있지만, 호텔 종사자 초임 임금은 큰 변화가 없어 최저시급과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되어있기 때문이죠.
또한 호텔은 24시간 운영되어 야간이나 교대 근무를 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다른 업종은 워라밸(Work-Life Balance),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호텔 업계를 다시 찾지 않는 모습도 보입니다.
기존의 호텔 종사자뿐만 아니라 코로나 기간 호텔 고용 불안정 사태를 직접 보고 들은 취업준비생, 구직자 역시 호텔업계를 선호하지 않는 추세이고요.
요약하자면 호텔이 인력난을 겪는 이유는 1) 코로나 팬데믹으로 떠난 직원이 2) 다시 돌아오지 않고, 3) 새로운 인력 역시 호텔에 지원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단순히 급여 조건뿐만 아니라 근무 환경, 사회적 인식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죠.
국내 호텔 업계만 인력난을 겪는 것은 아닙니다. '2021 미국 Job Market Report'에 따르면 호스피탈리티 산업 종사 의향을 묻는 말에 60%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글로벌 호텔도 같은 문제를 겪는다는 의미이며, 인력난이 메가 트렌드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죠.
그런데 지금 호텔업계가 겪는 인력난이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사태일까요? 코로나가 트리거로 작동해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었을 겁니다.
“코로나19로 세상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지만, 여전히 많은 호텔은 코로나19 이전의 채용 방식, 근무 조건과 환경 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경험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과 변화가 필요하며, 이런 변화가 있어야 호텔 산업이 환경에 적응하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호텔업계 인력난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구직자에게 호텔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1. 일방적 채용이 아닌 매칭(Matching)으로
보통 ‘채용’ 과정을 생각하면 구직자(취업준비생)가 본인의 역량과 스펙을 어필하고, 기업이 여러 지원자 가운데 선별하는 방식을 떠올리실 텐데요. 이제는 기업 면접관 역시 지원자에게 면접을 본다는 태도로 회사(호텔)의 비전, 조직 문화, 근무 환경 등을 소개하며 함께 일할 파트너를 찾는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기업의 일방적 채용이 아닌 기업과 구직자 간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매칭이 채용 프로세스로 자리 잡은 것이죠. 실제 채용 사례를 보더라도 회사의 비전과 전략, 조직 문화, 회사 분위기 등을 위주로 채용 공고를 올린 호텔이나 외식 기업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지원자가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호텔인네트워크가 취업 준비 대학생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취업 시 연봉(30.6%)보다 근무 조건(31.8%)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요. 물론 급여 조건도 중요하지만, 근무 환경이나 조건, 복리 후생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호텔에서도 눈여겨볼 사항입니다.
2. 적재적소(適材適所)에서 적소적재(適所適材)로
이전까지는 사람을 찾아 적합한 업무를 맡기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필요한 일이나 직무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직무 위주 인사관리 방식을 택하는 트렌드입니다. 나이나 성별에 국한되지 않고 ‘직무에 적합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가 인력 채용 시 핵심이 되는 것이죠.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밀레니얼 세대 구직자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구직활동 시 고려 요인 1순위로 직종(직무 분야)이 뽑히기도 했는데요. 기업뿐만 아니라 구직자 역시 직무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호텔업계 인력 채용 패러다임도 이에 맞게 변화해야 합니다.
3. 호텔과 학교가 상생할 수 있는 산학실습 프로그램 개발
호텔은 보통 여름 성수기나 연말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한 시즌에 인력 충원 개념으로 학교와 연계한 산학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실습생은 실무를 통해 호텔업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기회이고, 호텔은 인력에 대한 고민을 덜 수 있는 윈윈(win-win) 전략으로 볼 수 있는데요.
다만 실습생은 한창 바쁜 시기에 투입되다 보니 오히려 호텔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아 다른 진로를 택하는 일도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이에 최근에는 산학실습 프로그램을 단기간의 인력 충원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는, 채용의 또 다른 채널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8주의 산학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6주 동안 산학실습을 진행하고, 남은 2주간은 인사 담당자와의 멘토링을 진행하는 등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것이죠.
실습하는 동안 호텔을 더 체험할 수 있고, 실제 채용까지 이어지는 프로그램이라면 호텔리어를 꿈꾸는 대학생의 관심은 높아질 것이며 호텔도 실무에 적합한 인재를 손쉽게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요?
4. 전문직 파트타이머 비중 높이기
여행 수요가 증가하며 호텔 매출도 회복하는 추세지만,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한 상황에서 최저시급이 오르는 등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규직 비중은 작아지고, 파트타이머 비중이 높아질 거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파트타이머를 고용했을 때 인건비 부담은 덜 수 있지만 서비스의 퀄리티나 생산성이 낮아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따라서 퇴사한 호텔리어, 시니어, 경단녀 등 전문직 파트타이머의 비중을 높여 상대적으로 정규직보다는 인건비 부담을 낮추면서 서비스 퀄리티는 일반 파트타이머보다 높일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호텔은 아직 전문직 파트타이머(헬퍼랜서) 고용에 대해 아주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젊은 연령층의 파트타이머와 함께 일하는 것을 더 선호하고 있는데요. 생산성을 중요시하는 연회장이나 웨딩홀 등에서 전문직 파트타이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호텔업계에서도 이런 인식으로 차츰 변화해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5. Human과 Technology를 결합한 서비스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효율적인 운영을 고민한다면 사람과 기술을 혼합한 하이브리드(hybrid)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또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더욱이 말이죠.
코로나를 겪으며 이제는 많은 사람이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호텔은 투숙객의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위해 프론트에 여러 명의 직원이 24시간 상주하고 있는데요.
휴먼 서비스가 중요한 곳에 인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그 외는 테크 기반 시스템을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장 쉬운 예로 24시간 인력을 배치하는 대신 키오스크를 활용한 체크인/체크아웃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죠? 또 전화 대신 객실 내 태블릿 PC로 룸서비스나 수건 같은 비품을 요청하도록 할 수도 있고요.
ONDA가 만나본 서울 다다호텔 사장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키오스크 같은 비대면 시스템은 ‘이상한' 게 아니라 ‘익숙한' 것이 되었잖아요. 고객이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한번 바꿔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PMS, IoT, 키오스크 등 다양한 IT 솔루션을 통해 절감한 비용으로 더 나은 서비스, 좋은 침구에 투자하는 게 오히려 호텔 운영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들 거라 자신합니다“
채용에 어려움을 겪으며 호텔에 채용을 전담하는 직무가 생기기도 하고, 주4일이나 주3일 등 파격적으로 운영하는 호텔도 나타났습니다. 또 해외인력 고용 규제가 완화되어 전문직 취업비자(E-7) 외국인 인력을 호텔당 기존 2명에서 5명까지 채용할 수 있게 되었고, 외국인 유학생(D-2)의 시간제 근무 가능 시간도 주 20시간에서 30시간으로 늘어나자 외국인 채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요.
늘 그렇듯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지금 호텔업계가 겪는 인력난은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며,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기보다는 트렌드에 발맞춰 함께 나아가야 산업의 퇴보를 막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최근 K-컬쳐 덕분에 한국의 위상이 드높아졌고, 여행 수요와 관심도 커졌습니다. 호텔 및 관광업계가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다방면의 전략으로 인력난을 극복하여 좋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2의 르네상스를 맞지 않을까 소망합니다"
1 한국호텔업협회, 2020 호텔업운영현황, 2021, 2023.03.22, 2020년 종사자 현황
2 통계청, 「서비스업조사」, 2019, 2023.03.22, 시도/종사자규모별 호텔업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