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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는 왜 호텔로 돌아오지 않을까?
2022-09-12
“살아난 해외여행, 여행사 직원 왜 안 돌아올까…진짜 위기 왔다” (중앙일보)
"여름 성수긴데 일할 직원이 없어…'인력난'에 허덕이는 호텔 업계”
(아시아경제)

엔데믹 시대 리오프닝 효과를 보고 있는 호텔, 그런데 정작 일하는 사람이 없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회복하는 호텔업계, 그런데 구인난을 겪는다고?

ONDA 데이터를 살펴보니 코로나로 불황을 겪었던 호텔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작년 상반기보다 무려 225%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롯데·신세계·신라 등 유명 호텔 3사 역시 매출이 증가했고요.

전 세계적으로 입국 절차가 완화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작년 상반기보다 약 93% 증가한 것이 호텔이 회복할 수 있었던 큰 원동력으로 꼽히는데요. 지난 3일부터는 입국 전 실시하는 코로나19 검사도 폐지한다고 하니, 방한 관광객의 수요는 점점 높아지겠죠.  

그런데 최근 한국호텔업 협회가 호텔 대상으로 인력 부족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필요한 인력보다 평균적으로 16%가량 부족한 상태로 밝혀졌어요. 호텔업이 속한 관광숙박업 종사자 수를 보더라도 2019년까지 7만여 명을 유지했으나,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에는 약 5만 명으로 감소했고요. 

코로나19로 호텔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등 적어진 인력으로 갑자기 늘어난 여행 수요를 감당하게 된 거라고 볼 수 있는데요.

퇴직했던 직원을 부르려 해도 코로나로 고용 불안정이 커진 탓에 호텔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열악한 처우도 호텔 근무를 기피하는 요인 중 하나이고요.

인력난을 겪고 있는 건 비단 호텔뿐이 아닙니다. 여행사 역시 퇴직한 직원들 대부분이 돌아오지 않아 일손이 부족하다고 해요. 대부분의 여행사는 직원을 휴직 상태로 두고 휴직 수당의 9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고용유지지원금에 의존하고 있어서 이를 포기하고 직원을 불러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해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외국 호텔·여행업계 상황은 어떨까요?

지난 2년 반 동안 유럽 호텔 업계에서 종사하던 210만 명이 떠났고, 올해 초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중에서 50%만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출처 : www.joblist.com)

'2021 미국 Job Market Report'를 살펴봐도 40%만이 업계에 돌아오는 것을 택한 것을 알 수 있죠? 호스피탈리티 산업에 관심이 없는 이유로는 ‘다른 조건(환경)에서 일하는 걸 선호해서'가 58%로 가장 많았고, 그 외에 ‘임금이 너무 낮아서'나 ‘복지가 부족해서’ 등의 답변도 차례로 나타났어요.

호텔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잘 아실 테지만,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시간에 대한 자유로움’을 원하기도 하네요.

지금 호텔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그런데 과연 코로나 같은 팬데믹을 겪지 않았더라면 호텔 종사자들은 호텔을 떠나지 않았을까요? 제 답은 ‘글쎄’입니다. 

2022 코리아 호텔쇼에서 발표하는 ONDA 오현석 대표

“팬데믹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직업 안정성이 떨어진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또 호텔업계보다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찾을 수 있는 더 좋은 근무 조건의 산업으로 떠나는 것도 많이 볼 수 있었고요. 

이런 부분에 대한 대비책 없이 호텔업계는 이전처럼 구동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위기의식 아래 여러 가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다른 산업이 기술을 통해 빠르게 발전하는 동안 호텔 산업은 비교적 더딘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이는 결국 근무 환경과 직결되기 때문인데요. 가장 쉬운 예로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할 경우 호텔리어가 24시간 상시 대기해야 하지만, 무인 키오스크와 같은 기술을 도입하면 프론트 직원의 상주 없이도 고객이 직접 체크인이나 체크아웃을 할 수 있습니다. 

기술을 통해 고객은 편리하게 호텔을 이용할 수 있고, 호텔리어 역시 ‘시간의 자유로움'을 얻어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부분에서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호텔 입장에서도 많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을 기술이 대신하고,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인력을 투입할 수 있고요.

호텔 산업과 기술의 만남, 호텔리어의 생각은 어떨까

Hotel Operation.com’에서 ‘벤치마크 리서치 파트너’사에 의뢰하여 올해 5~6월, 118명의 호텔리어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호텔리어의 80%는 테크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며, 업무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준다고 말합니다. 테크가 고객 경험을 개선한다고 생각하는 답변도 80%를 차지했어요.

물론 60% 이상이 테크 기업이 약속한 바를 지키지 못했을 때, 즉 과장된 약속을 했을 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럼에도 호텔리어의 80%가 테크에 대해 더 배우고자 했어요. 호텔 업무에 있어서 테크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겠죠.

하지만 기술 도입을 위한 예산이 부족하거나, 교육이나 지원이 부족할 때 호텔의 디지털 전환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호텔업계가 바뀌어야 사람도 따라온다

호스피탈리티 테크 기업 ONDA도 호텔·여행 업계에서 종사하셨던 분들이 많이 합류한 덕분에 자세한 속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호텔의 인력난은 팬데믹으로 갑작스럽게 인원을 감축한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근무했었던 C 호텔의 경우 20년부터 매출이 확연하게 줄었고, 객실 점유율 또한 절반을 미처 채우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연회를 개최할 수 없었던 터라 기존에 예약한 업체들도 줄줄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취소를 요청했습니다.

매출이 감소하니 가장 큰 비용이 드는 인건비를 줄이게 된 거죠. 무급 휴가를 장려하고, 근무하더라도 Sales 직원이 F&B 업장에서 파트 타임으로 근무하는 등 타 부서의 근무까지 도맡고요.

이런 상황이 2년 가까이 지속하면서 탈호텔, 탈관광업이란 용어가 생기고 기존 호텔업계 종사자들이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걸 자주 보게 됐습니다.

최근 내수가 돌면서 점유율이 자연스럽게 오르고 결혼식이나 행사가 유치되면서 예전처럼 회복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럼에도 코로나 시기에 호텔을 그만둔 지인들은 굳이 호텔로 돌아가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아요. 관광업 관련 일을 하더라도 그나마 여파가 적은 분야를 택하더라고요.

코로나 같은 외부 환경적인 부분 이외에 호텔의 임금 수준도 인력난의 이유가 될 수 있는데요. 약 10년 전쯤 호텔업 협회에 기고된 글에서 볼 수 있는 호텔리어 연봉이 2022년과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심지어 글로벌 체인 브랜드 호텔이라 해도 임금이 낮아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급여 체계 역시 호텔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지금 당장 호텔이나 여행사에서 겪는 인력난을 해결하는 데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젠가 또다시 닥칠 외부 환경의 요소를 피해 갈 수 없다면 호텔의 근본적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

호텔 산업이 계속해서 성장한다면 이에 종사하고자 하는 이들은 자연스레 따라올 테니까요.

Rac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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