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어떤 방향으로 숙소를 운영해야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해보았는데요. 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트렌드를 팔로우해야 한다고도 말씀드렸죠. 그렇다면 여행・관광산업은 어떻게 달라져 왔을까요? 그리고 숙소는 이에 맞춰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모두 한 번쯤은 이런 상상을 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만약 코로나19가 발병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만약 여행산업이 코로나 이전처럼 성장세를 보였다면 우리의 2020년과 2021년의 모습은 어땠을까?’
사실 저도 그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2019년 12월 20일에 여행 및 관광 비즈니스로 창업을 했고, 그로부터 딱 한 달 뒤인 2020년 1월 20일에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는데요. 아마 코로나가 발병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따라왔었죠.
하지만 ‘한 개인이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변화를 마주하고, 이에 맞게 준비를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여행·관광을 비롯한 숙박산업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께 해당하는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대비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며 여행 산업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1. 국내 여행 활성화
해외로 출국하는 내국인 수가 2019년 2,871만 명에서 2020년에는 422만 명으로, 그리고 2021년에는 122만 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로 나갈 수 없자 사람들은 대안으로 국내 여행을 찾게 되었죠.
컨슈머 인사이트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여름휴가 시즌 국내 여행률은 전년 대비 9.5%p 정도 감소하며 코로나로 인한 타격을 감안하면 크게 줄어들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2021년에는 다시 회복세를 보여주었죠.
또한, 2021년 국내 여름 휴가지를 살펴보니 기존에 인기 여행지로 손꼽혔던 제주, 부산, 경주뿐만 아니라 강릉, 속초, 여수, 거제, 양양 등 다양한 지역으로 관광객의 분포가 넓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떠나는 여행에서 머무는 여행으로의 변화
내수 시장에 폭발적인 관심이 이어지자 국내 여행도 이전처럼 쉽게 떠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속초 지역의 숙소를 주말에 방문하려면 최소 한두 달 전에 예약해야 가능하고, SNS에서 데이트 핫플레이스로 유명해진 숙소나 관광지는 연일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일주일 살이, 혹은 한달살이 또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인데요.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환경이 갖추어진다면 어디서든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붐비는 도시를 떠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1박 2일, 2박 3일 등 단기로 떠나는 여행과 함께 일주일 살기, 한 달 살기와 같은 형태의 장박 여행도 지속해서 높은 관심을 얻고 있는 것이죠. 색다른 여행 형태의 등장은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없어지기보다 오히려 더 발전하여 확산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3. 럭셔리 여행의 수요 증가
이전만 하더라도 풀빌라는 럭셔리 숙소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이엔드, 즉 럭셔리 여행을 즐기기 위해 발리나 태국, 푸켓 등 동남아 국가로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었죠. 그런데 코로나 시대가 찾아오면서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저축한 돈이나 해외여행 경비에 상응하는 비용을 국내 여행에 투자하며 풀빌라 숙소가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풀빌라 숙소를 개발하며 관광객 유치를 성공적으로 끌어낸 지역으로는 전남 여수와 경북 포항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여수는 오히려 해외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의 이국적인 느낌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또 포항의 경우 드라마 촬영지로 명성을 얻은 것과 함께 통유리로 바다 전망을 볼 수 있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더군요.
물론 호텔 체인에서 운영하는 숙소 역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당연합니다.
4. 액티비티 여행의 증가
그동안 국내 여행은 액티비티보다는 힐링과 먹거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많았는데요. 이제는 주로 해외여행 시 즐기곤 했던 다양한 액티비티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노력이 더해진 덕분인지 짚라인과 패러글라이딩이 여러 지역에 등장했고, 서핑 샵은 해수욕장이 있는 곳이라면 대부분 생겨나며 액티비티를 즐기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늘어났죠.
그중에서도 등산은 베이비부머 이전 세대부터 MZ세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확대되며 주중, 주말할 것 없이 전국의 산은 등산객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이에 더불어 아웃도어 브랜드 역시 매출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5. 직접 소비의 여행에서 콘텐츠 소비의 여행
우리는 여행을 가고 싶다면 여건이 허락하는 하에 바로 떠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우동을 먹기 위해 일본에 다녀온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해외여행이 어렵지 않았던 시절이 2019년까지 이어졌는데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사라져 이같이 ‘직접’ 소비하는 여행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대표적인 영상 플랫폼 ‘Youtube(유튜브)’ 여행 카테고리 크리에이터(소위 말하는 ‘유튜버')들의 구독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일례로 ‘빠니보틀'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시점에 3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122만 명으로 구독자 수가 4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외에 ‘곽튜브', ‘뜨랑킬로', ‘체코제' 등의 크리에이터 역시 구독자 수가 상당히 많이 증가했고요.
이들은 주로 랜선 여행 콘텐츠를 메인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코로나 시국에 대리만족을 느끼고자 하는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제가 운영하는 여행 콘텐츠 플랫폼 ‘세시간전’에서 직접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랜선 여행 콘텐츠를 한 번이라도 소비한 경험이 있는 사용자들의 79%는 ‘이미 다녀온 지역에 대한 궁금증으로' 랜선 여행 콘텐츠를 소비한다고 합니다. 나머지 21%는 ‘가보지 않은 새로운 지역이 궁금해서’ 이를 소비한 것이었고요.
또한 요즘은 비단 영상 콘텐츠로만 여행을 소비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상의 경우 숏폼이나 다른 SNS에 비해 호흡이 길기 때문에 집중해서 봐야 하는 콘텐츠가 자리 잡고 있지만, 간단히 여행이나 숙소 사진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콘텐츠 역시 사람들 사이에서 비교적 쉽고 자연스럽게 퍼지고 있죠.
강릉 ‘하슬라 아트'는 둥그런 포토 스팟에서의 사진이 인기를 끌었고, 대구 ‘수성호텔'은 옥상의 인피니티 풀장으로 유명해지며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하죠. SNS에 공유되는 포토 스팟, 혹은 대표적인 부대시설의 사진 한 장으로 숙소를 알게 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으로 여행에 대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처럼 기존의 여행 패턴이나 소비 패턴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만약 지금의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팬데믹이 끝난다면,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변화에서 또 다른 변화가 생겨날 것입니다.
물론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숙박업소의 본질인 머물렀을 때의 경험을 향상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어떻게 해야 지금의 여행자들을 더 우리 숙소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02. 코로나19가 불러온 여행 트렌드의 변화
03. 엔데믹 시대로의 전환, 이제는 가성비보다 가심비 여행
04. 호텔 매출 상승을 위한 방안, MICE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