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숨죽이고 있던 MICE 행사들이 최근 전국 각지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는 잠실과 서울역, 마곡 등에 서울 '3대 마이스(MICE)'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고요. 관광을 비롯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며 MICE 산업에 이목이 쏠리는 지금, 마이스의 주요 인프라인 호텔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과거 MICE 산업은 컨벤션, 혹은 국제전시 등으로 불렸는데요. 국제 전시가 외국인 관광객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되자, 정부는 관광 산업을 키우기 위해 주요 도시에 대규모 전시장을 건설하고 전시를 유치하기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전시에서 파생되는 일들을 묶어 Meeting(기업 회의), Incentive Tour(포상관광), Convention(컨벤션), Exhibition(전시)의 앞자리를 딴 MICE라 명명합니다. 상호 연결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 산업으로 국가와 지역, 그리고 기업에 주요 관광 산업이 된 거죠.
MICE 산업은 크게 공급자, 주최자, 중개자로 나뉩니다. 이때 호텔은 행사가 열리는 연회장(부대시설), 참관자들을 위한 객실, F&B 등을 제공하는 공급자로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물론 주최자를 보조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고요.
즉, MICE 산업에 필요한 주요 인프라를 갖춘 호텔이 MICE를 비롯한 관광 산업의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죠.
위의 세 가지는 MICE 행사를 진행할 때 우선으로 고려하는 요소인데요. 이는 MICE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MICE 인프라로서 호텔이 갖춰야 할 부분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어느 글로벌 체인 호텔은 지하철역에서 5분 거리로 교통이 편리하고, 다양한 규모의 연회장을 보유하고 있어서 과거 많은 클라이언트가 선호하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단점은 기본 시설 중 하나인 빔프로젝터였습니다. 오래된 빔프로젝터는 설치 후 한 번도 램프를 교체한 적이 없어서 프레젠테이션이나 영상 송출 시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었죠. 심지어 관리가 잘 안되었는지 뿌옇게 보이기도 했고요.
이에 12,000 ANSI (밝기 측정 단위) 이상의 빔프로젝터를 추가로 임대해야만 했는데요. 기본적인 장비의 미비는 행사 진행에 있어 불편함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추가 장비 임대에 따른 비용 부담을 안겨줬죠.
연회장만 운영하는 다른 컨벤션 센터의 예를 들어볼까요? 훌륭한 인테리어와 시스템 덕분에 MICE 대행사나 클라이언트가 선호하는 곳인데요. 평일에는 세미나를 개최하고 주말에는 결혼식을 진행하는 등 일주일 내내 많은 사람이 찾게 되면서 시설 관리에 투자하지 못했고, 점점 낙후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결국 두 곳 모두 행사장으로서 선호도가 높았던 곳임에도 개선되지 않는 시설 탓에 점점 찾지 않게 되었죠.
얼마 전 부산에서 BTS 무료 콘서트가 열리면서 근처 숙박시설의 객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아져 논란이 됐었는데요. 희소가치로 인해 가격이 오르는 건 자본주의의 당연한 이치입니다만,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이용할만한 숙소 컨디션이 아님에도 무리하게 객실 가격을 올리는 것은 MICE의 관점에서 봤을 때 재방문 가능성을 줄이는 행위라고 생각됩니다.
또 다른 비슷한 예로 2002년 월드컵이 있습니다. 2022년 한국을 방문한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 2001년보다 각각 1/3로 줄었는데, 그 이유는 월드컵 특수로 이전해 같은 기간 대비 여행 경비가 4~5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죠.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특정 이벤트가 있을 때 가격을 조정하는 건 당연하지만, 마찬가지로 MICE의 관점에서는 재방문율이 굉장히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경우, 보통의 행사는 적은 비용에서 고효율을 내기 위해 가성비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엑스나 벡스코의 컨퍼런스룸처럼 지자체 소속 컨벤션 센터의 연회장이 대표적입니다.
그럼 중소형 호텔들에는 기회가 없을까요? 오히려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30~50명 규모의 연회장을 하나만 보유하고 있더라도 세미나, 워크숍 장소를 찾는 고객의 눈길을 끌 테니까요. 또 ‘객실 15개 이상 투숙 시 연회장 무료 이용’과 같이 객실 패키지를 구성한다면 입소문이 금방 나겠죠? 도심에 위치한 호텔이라면 4, 5성급 호텔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고요.
서울이나 부산 등 교통이 편리한 대도시, 그중에서도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은 주최 측은 물론이거니와 관람하는 참관자들도 매우 선호합니다. 누구나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주차장도 커서 이용하기 편리한 코엑스처럼 말이죠.
샌프란시스코의 컨벤션 센터인 ‘모스콘센터’ 인근에는 100여 개의 호텔이 즐비해 있습니다. 또한 참가자들이 대부분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 있죠. 덕분에 샌프란시스코는 많은 컨벤션이나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반면, 일산 킨텍스는 주위에 지하철역이나 호텔이 없어 불편을 겪기 쉽습니다. 특히 외국 바이어나 지방에서 올라온 참가자들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킨텍스에서 차로 10~15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투숙해야 하죠.
즉, 접근의 편의성은 참관자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므로 MICE 행사를 진행할 때는 접근성 측면에서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MICE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세 가지 요소를 이야기해봤습니다.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행사를 개최하면 관람객 수는 적을 것이고, 이는 행사의 실패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행사 유치와 운영을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 있는 호텔은 최소한 위의 3가지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면 행사 관람객을 위한 셔틀을 운영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테고요.
이전에 얘기한 바와 같이 객실 점유율을 높이는 건 기본적인 매출의 최대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MICE 행사를 통한 부대시설, F&B 등의 이용은 추가 매출로서 호텔의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이득을 취할 기회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으로 MICE 산업을 바라보면 호텔 재방문은 물론, 관광 산업 전반의 활성화까지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03. 엔데믹 시대로의 전환, 이제는 가성비보다 가심비 여행
04. 호텔 매출 상승을 위한 방안, MICE 프로그램
07. MICE 유치를 위해 호텔이 고려해야 할 3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