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 코로나 이후의 MICE 산업 트렌드를 살펴보며 사람들을 더 머물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렇다면 콘텐츠 개발은 왜 필요하고, 숙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최근 새롭게 런칭하는 호텔이나 숙박업소를 보면 인플루언서와 함께 숙박권 이벤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인플루언서가 보유한 팔로워들에게 숙소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통 SNS 게시물을 공유하거나 댓글 작성을 통해 참여가 이뤄집니다.
하지만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이기에, 이벤트가 종료되고 난 후 바이럴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더욱이 이벤트를 진행하는 목적은 바이럴을 통해 숙박 예약을 증가시키는 것에 있으므로 예약까지 전환되지 않는다면 효과적인 프로모션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간혹 숙소를 운영하는 분들이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며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알아서 예쁘게 잘 나오게 해주세요.”
물론, SNS에서 사진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어떤 이유로 그 지역에 숙소를 지었는지, 숙소 형태는 어떻게 정하게 됐는지, 그리고 고객들이 어떤 점을 느끼고 돌아가면 좋겠는지 설명하는 것이 “알아서 예쁘게 잘 나오게 해주세요.”라는 말보다 훨씬 숙소를 잘 표현하도록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숙소만의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단기간의 홍보를 위한 콘텐츠가 아닌, 숙소를 알리고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게 만드는 콘텐츠가 말이죠.
그럼, 콘텐츠를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첫 번째 연재 글에서 여러분의 업장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여러분 나름대로 숙소에 대해 내린 정의가 콘텐츠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위해서는 차별점과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숙소를 운영하는 사람의 철학이나 신념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런 철학이나 신념이 업장을 운영하는데 녹아 있어야만 합니다. 고객들로 하여금 숙소에 다시 방문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는 이유가 될 테니까 말이죠.
이 글을 쓰는 동안 ONDA의 파트너 숙소이기도 한 제주의 ‘베드 라디오’에 머물렀는데요. 베드 라디오를 설립한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로웠던 터라, 베드 라디오의 예시로 콘텐츠 개발에 필요한 요소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스토리
앞서 얘기한 것처럼, “알아서 예쁘게 잘 나오게 해주세요.” 와 같은 말보다 누구나 갖고 있지 못한 우리 숙소만의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베드 라디오의 김지윤 대표를 통해 베드 라디오가 가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스타트업에 근무하면서 출장으로 제주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예산이 많지 않았던 터라 주로 모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습니다. 아무래도 젊음이 있었을 때라 게스트하우스처럼 수다를 떨며 맥주를 마시고 싶기도 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온종일 업무에 시달렸기 때문에 쉬고 싶은 마음도 컸죠.
그러다 ‘왜 적당한 가격에, 편안하게 잠도 자고 재밌게 놀 수 있는 숙소는 없을까?’라는 의문이 생겼어요. 여행이 일상이 된 밀레니얼 세대에게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도구가 되어 합리적인 가격에 숙박 공간과 여행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호스텔 베드 라디오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베드 라디오의 시설이 5성급 호텔처럼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주에서 더 훌륭한 숙소를 찾는 건 아주 쉬운 일이죠. 그러나 이런 가치를 가진 숙소를 쉽게 만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베드 라디오가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가 바로 소셜라이징인데요. 고객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의 피로를 푸는 시간을 위해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어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숙소의 스토리가 가진 ‘진짜 가치'를 전하고 있는 것이죠.
2) 철학과 신념
베드 라디오의 철학은 “우리는 ‘다른’ 개인으로부터 존중받는 다양성의 사회를 지향하는 Explore different”라고 합니다. 이런 철학은 개인실, 다인실, 가족실과 같이 객실을 세분화하며 다양한 형태의 여행객을 존중하는 것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4인 가족이 5성급 호텔을 이용한다고 생각해볼까요? 자녀가 어릴 때는 트윈룸을 쓰다가, 자녀들이 커가면서 엑스트라 베드를 이용하거나 2개의 객실을 예약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베드 라디오는 가족들이 떨어져서 자거나 불편을 감수하는 것을 지양하며, 가족실을 통해 가족 여행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숙소의 철학을 실제 운영에서 일치시키는 것 역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철학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에요’라고 말하면서 ‘우린 더블베드룸과 트윈베드룸밖에 없습니다’, 혹은 ‘4인 가족이라면 객실 2개를 이용하셔야 합니다’와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아야겠죠.
3) 업장의 규정 - 고객이 얻을 수 있는 경험과 가치
다시 한번 여러분께 질문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업장을 어떻게 규정하시겠습니까? 또 고객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돌아갔으면 좋겠습니까?
베드 라디오는 1) 스토리에서 잠시 얘기했던 것처럼 숙소 초창기 때부터 투숙객들을 위한 소셜라이징 프로그램으로 아침 요가나 러닝, 바다 수영 등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는데요.
숙박 공간으로서의 경험과 콘텐츠를 결합하여 “Tune up your life”라는 슬로건과 함께 당신의 인생을 조율하는 장소로, 더욱 확장된 의미의 숙박업소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번 베드 라디오에서 요가를 하거나 인센스 스틱을 만드는 등 무언가 경험한 고객이라면, 제주에 다시 방문할 때 어김없이 베드 라디오를 찾고자 할 것입니다.
베드 라디오의 예시로 콘텐츠에 필요한 요소들을 알아보았는데요. 그럼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단순히 생각하면 1) 스토리, 2) 철학과 신념, 3) 업장의 규정을 조합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이나 이미지, 영상을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 이야기를 소셜미디어로 전하면 그 자체로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가 되는 것이죠. 콘텐츠가 담고 있는 건 “우리 숙소 예쁘지?”와 같이 이미지적인 측면이 아니라 숙소의 가치이니까요.
또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의 이야기를 내가 어떻게 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숙소를 대표할 수 있는 공식 소셜미디어(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를 운영하시는 방안을 추천해 드립니다.
여행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숙소 운영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 인플루언서와 숙박 이벤트를 한다면 지금이라도 그만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여러분의 스토리와 철학과 신념, 경험과 가치를 인플루언서보다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와 협업하시길 권합니다.
인플루언서는 모델이고, 크리에이터는 프로듀서인 PD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인플루언서는 사진이 예쁘게 나오고 팔로워가 증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팔로워가 20만 명이고, 노출이 30만 회 돼요.”라고 말하지만,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부분은 아니죠.
결국 그 숫자에서 숙박 예약까지 이어지는 것이 중요한데, 노출만 많다고 과연 좋은 것일까요? 노출이 많지 않더라도 전환을 이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명 인플루언서에게 숙소를 협찬하는 것도 가끔은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잊히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콘텐츠를 고민하고, 나아가 전환까지 고려하는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이 더 나을 것입니다. 또 어쩌면 여행 크리에이터와의 협업보다,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분야의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것이 의외로 더 큰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고요.
03. 엔데믹 시대로의 전환, 이제는 가성비보다 가심비 여행
04. 호텔 매출 상승을 위한 방안, MICE 프로그램
06. 숙소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