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숙박시설 개발/운영 성공사례(3)
치바솜 리조트를 가다
지난주에 이어 숙박 시설 개발/운영 성공 사례 Case Study 편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럭셔리 리조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진 만큼 여행의 형태도 폭넓게 변화하고 있는 요즘인데요. 본래 숙박 시설은 여행을 구성하는 상품의 하나로, 숙박 자체가 목적이기보다는 여행 중 수면과 취사를 안전하게 해결하는 부대 기능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여행을 통해 휴식을 추구하려는 여행객이 늘면서, 숙박 시설 자체가 여행의 메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건강이 현대인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면서 힐링, 건강을 콘셉트로 하는 리조트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힐링 콘셉트의 리조트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볼까요?
힐링 콘셉트의 리조트가 갖추어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먼저, 자연환경이 수려하고 호젓한 입지에 있어야겠지요. 원래 관광지는 인구가 밀집된 서울 수도권으로부터의 접근성이 우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가 있어야 하고요. 이런 것들이 있어야 집객이 잘 되고, 리조트는 사람을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힐링 콘셉트라면 다른 얘기가 됩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는 관광지에서 나만의 힐링을 취하기는 어렵지요. 휴양 목적이니 굳이 관광 거리가 많을 필요도 없습니다.
리조트의 시설 구성도 정적인 액티비티 위주여야 합니다. 스키, 워터파크 등 동적인 액티비티보다는 스파, 트래킹 등 정적인 시설이 중심이어야 편안한 휴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먹거리도 중요하지요. 현지 로컬푸드를 중심으로 유기농, 저염식의 건강 식단을 갖추어야 합니다.
국내에도 리솜 포레스트(제천), ES 리조트(제천, 통영) 등 힐링 콘셉트를 표방한 리조트가 많이 등장했는데요. 국내는 맘만 먹으면 쉽게 가보실 수 있으니, 해외 리조트 중 우수한 사례로 꼽히는 곳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태국 방콕 남서쪽에 있는 유명 휴양지 ‘후아힌’
태국 방콕에서 남서쪽으로 약 230km 이동하면 후아힌이라는 지역에 도달하게 됩니다. 1926년 태국 왕인 라마 7세가 이곳에 별장을 세운 뒤로부터, 태국 왕족들이 휴양지로 즐겨 찾는 아름다운 해변 도시입니다.
유명 휴양지답게 후아힌에는 인터콘티넨털, 하얏트, 소피텔 등 많은 호텔과 리조트들이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힐링 콘셉트에 가장 어울리는 곳을 꼽자면 바로 “치바솜(Chiva-Som) 리조트”를 말할 수 있습니다. 치바솜 리조트는 영국의 “레저 리더스 트레블 어워드”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데스티네이션 스파”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리조트입니다.
아름다운 후아힌의 비치 모습
“Heaven of Life”를 표방하는 Chiva-Som Resort
(출처 : https://www.chivasom.com)
치바솜 리조트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 숙박시설에서 벗어나 리조트 내에서 다양한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것인데요. “Art of Detox”(독소 배출), “Eternal Youth”(피부관리, 마사지), “Fitness”(스파, 레저), “Weight Management”(체중조절) 등 9가지의 세분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인 “Taste of Chiva som”의 자세한 사항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최소 3일부터 최장 14일까지 이용가능하며 스파, 피트니스, 마사지 등 치바솜의 대표적인 액티비티가 포함된 구성을 보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리조트 내 Clinic에서 자격을 갖춘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들이 상담해준다는 점에서 타 리조트 프로그램보다 전문적인 느낌과 신뢰감을 줍니다.
일주일에 한 번, 숙박객들이 모여 간단한 파티를 하는 행사도 있습니다. 해당 지역 리조트의 특성상 장기 투숙객도 많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얼굴을 보는데 평소 대화하기는 좀 어색했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죠.
치바솜 리조트의 객실 수는 58실로, 최대 수용인원은 90명밖에 되지 않으나 서비스 인력은 400명 정도 됩니다. (본사 영업/마케팅 인력 50명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입니다) 계산해보면 숙박객 1인당 4명 이상의 직원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입니다. 대단하지요?
치바솜의 시설 구성을 보자면 객실 외에도 실내외 수영장, 요가 룸, 피트니스 룸, 댄스 룸, 판매점(주얼리 및 기념품 등), 스파/테라피 룸, 레스토랑, 도서관 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보면 이제 짐작이 가시겠지만, 치바솜은 상당히 고가의 리조트입니다. 3박 프로그램 기준으로 1인당 400만 원 이상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데이비드 베컴 부부 등 해외 유명인사가 즐겨 찾으며, 주요 고객은 영국, 호주 등 영미권과 아시아의 부호들입니다.
저는 운 좋게도 업무 차원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치바솜 리조트를 이용해 보았습니다. 종업원들의 응대 수준은 정말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특히 직원들은 숙박객의 이름, 취향 등을 기억해 만날 때마다 이름을 불러주고, 음식을 추천해 주고, 심지어 나누었던 대화의 소재를 기억해 다음번 만났을 때 그 대화를 이어 나가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인 리조트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저와 같이 프로그램을 체험하던 사람들은 인도, 대만에서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주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요. 역시나 상당한 부자들이었습니다.
이제 치바솜 리조트의 성공 요인을 살펴보겠습니다. 원래 하이엔드급 리조트는 수익성이 높지 않습니다. 워낙에 고정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지요. 대표적으로 인건비가 가장 큽니다.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숙련된 종업원의 수가 많아야 하고, 쾌적하고 청결한 시설 유지를 위해 관리 인력도 많이 필요하지요. 그러다 보니 인건비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치바솜이 그렇게 많은 종업원을 고용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태국에 있기 때문입니다. 태국은 인건비가 상당히 저렴하지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많은 인력을 고용한다면 도저히 수익을 낼 수가 없습니다. 치바솜 지배인과의 인터뷰에서도 바로 이 점을 강조했습니다.
치바솜은 해외 진출을 검토 중인데, 대상 지역이 바로 부탄이라고 합니다. 역시나 인건비가 아주 저렴한 곳이지요.
또 다른 이유는 1년 내내 집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사계절 기후로 성/비수기가 분명한 우리나라와 달리 태국은 열대 기후로 겨울철 비수기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겨울철에 대비해 단열, 난방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태국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 건축비도 저렴합니다. 시설 유지 보수도 당연히 수월하겠지요.
열대 몬순의 기후는(물론 건기와 우기가 있기는 하지만) 친환경, 친자연 콘셉트를 유지하기도 좋습니다. 항상 푸른 숲과 나무, 싱그런 꽃들을 언제든 볼 수 있지요.
이런 이유로 인건비가 싸고 더운 동남아시아에 고급 휴양지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후아힌이라는 지역이 왕족의 휴양지라는 인지도 역시 치바솜 리조트의 홍보에 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특화된 프로그램입니다. 치바솜 리조트가 다른 고급 리조트보다 특별한 점이 바로 상당히 전문화된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힐링, 휴양 목적으로 리조트에 오더라도 사람이 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 수만은 없지요.
치바솜에서는 디톡스, 다이어트, 명상 등 프로그램별로 하루 일과표가 짜여 있기 때문에 숙박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전문 컨설턴트의 상담에 따라 숙박객에게 맞는 운동, 마사지, 식이요법 식단 등을 체계적으로 구성해 주기 때문에, 단기간이지만 어느 정도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치바솜 리조트를 직접 체험하며 느꼈던 점은, 국내에서는 고급 리조트로 성공을 거두기는 만만치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전 세계 부자들이 찾는 글로벌 휴양지와 달리, 우리나라는 국내 고소득자들로 수요층이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분단국가라는 근본적 한계로 인해 사드, 북핵 문제 등 외교 이슈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인바운드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부분입니다.
높은 인건비와 휴양지(도시 외 지역) 인력난도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국내 리조트는 어떤 방식으로 개발/운영해야 할까요? 시설 투자는 줄이고 친환경 콘셉트로 투자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대규모 개발을 하기보다는 작게 시작해 단계적으로 규모를 늘리는 방법이 좋습니다.
집객 증대와 리조트 고용 인력난 해소를 위해 단지 내 일부 구역에 주거 시설을 분양하는 방식도 검토해 볼 만 합니다. 타깃은 나이 든 은퇴자입니다. 이들은 전원의 삶을 꿈꾸지만, 생활에 필요한 수익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그들은 친자연 속에서 살며, 리조트에 취직해 일하는 거지요. 이들은 리조트 근무자이자, 단지 내 거주자로서 리조트 시설을 이용하는 이용객이 됩니다. 그리고, 이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자식이나 친척,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해당 리조트를 이용하게 되어 집객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국내 관광시장은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대명, 한화 등 전국 체인망을 갖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수익을 내는 곳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과연 앞으로 어떤 기업이 이 어려운 관광시장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나갈지,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입니다.
후아힌 지역의 유명 야시장 ‘Cicada Market’
출처 : Tooykrub / Shutterstock.com
출처 : https://www.thetrippacker.com
[연재목차]
2018.12 숙박시설 개발/운영 성공사례(3)
2019.01 숙박시설 개발/운영 성공사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