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 ‘호캉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말인데요.
사실 호캉스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건 2000년대 중반입니다. 2005년경 호캉스라는 신조어가 최초로 언론에 언급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유행하기 시작했죠.
이후 노재팬 불매 운동과 코로나19 기간 호텔에서 즐기는 휴가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호캉스라는 용어가 완전히 대중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은 호캉스에 대한 네이버 검색량과 사용자 통계를 보여주는 그래프인데요. 한국 여행 시장에서 호캉스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철에 가까울수록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요. 20대뿐만 아니라 3040세대의 관심도 상당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단순히 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를 넘어 특정 테마를 보유한 호캉스 상품이 앞다퉈 출시되고 있는데요. 고객이 호텔에 원하는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철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호캉스는 물과 함께하는 ‘수캉스(水+호캉스)’입니다. 수영장, 워터파크 등 일반적인 물놀이를 넘어 요트 프로그램, 서핑 강습권, DJ 풀파티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포함한 호텔 패키지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키캉스(키즈+호캉스)’도 인기입니다. ‘캐치! 티니핑’, ‘카카오프렌즈’, ‘미니언즈’ 등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는가 하면 영어 캠프, 베이킹 클래스 등 일상에서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체험 활동을 포함한 호캉스 패키지도 운영되고 있죠.
오롯이 휴식에만 집중하고픈 고객을 위한 ‘웰캉스(웰니스+호캉스)’와 ‘휴캉스(休+호캉스)’ 패키지도 눈에 띄는데요. 멘탈케어 기기, 안마의자, 모션베드, 공기청정기 등 휴식을 위한 기기를 객실에 비치하고 건강한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는 등 웰캉스 패키지를 통해 온전한 휴식을 원하는 투숙객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최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함께 여행을 떠나고자 펫팸족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한국관광공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반려견 동반 숙박 여행 경험률이 2022년 53%에서 2024년 60.4%로 크게 늘었습니다. 반려인 4명 중 3명(74.6%)이 향후 1년 내 반려견과 함께 국내 여행을 떠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요.
펫팸족이 증가하면서 국내 호텔 및 리조트업계는 ‘펫캉스(펫+호캉스)’, ‘멍캉스(멍멍이+호캉스)’ 등 다양한 숙박 패키지와 프로모션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편의시설뿐 아니라 반려견 전용 유모차, 미용 용품, 장난감 등 펫 관련 어메니티를 패키지에 포함시켜 반려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죠.
뿐만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먹캉스(먹거리+호캉스)’, 뷰티 케어 및 제품을 제공하는 ‘뷰캉스(뷰티+호캉스)’, 예술과 함께하는 ‘아트캉스(아트+호캉스)’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호캉스 패키지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기존 숙박 서비스를 넘어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스테이케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호캉스 열풍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호캉스와 유사한 '스테이케이션'은 장거리 여행 대신 가까운 호텔에 머무르며 휴식을 취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지속되는 경기 침체로 집 근처 숙박시설에서 여름 휴가를 보낼 계획인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죠.
특히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주말이나 짧은 휴가 동안 주변 고급 호텔에서 스파, 미슐랭 레스토랑, 루프탑 바 등 색다른 경험을 즐기는 스테이케이션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O캉스 개념이 떠오른 것은 소유보다는 경험에 가치를 두는 소비 형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5대 소비분화 현상과 시사점’ 리포트에 따르면, 경제의 핵심 주체로 부상한 MZ세대는 제품의 소장가치보다 특별한 경험과 취미에서 얻는 만족감에 대해 지불의사가 높다고 합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분야의 O캉스 패키지가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거에는 호텔에 기대하는 것이 단순한 휴식과 접객 서비스였다면, 요즘엔 호텔에 투숙하는 동안 어떤 차별화된 경험을 할 수 있을지가 호텔의 경쟁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