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1
Writer 숙소발전소 운영총괄 CHLOE (https://brunch.co.kr/@merrychloemas)
Editor ONDA 소모라 매니저
숙소발전소 운영총괄 CHLOE
안녕하세요. 게스트하우스 운영 대행과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숙소발전소의 공동대표이자 운영총괄을 맡은 CHLOE(클로이)라고 합니다.
처음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숙박업계에 발을 들였고, 프랜차이즈 게스트하우스의 총괄 매니저와 숙소통합예약관리서비스 ONDA의 영업과 파트너 지원 업무를 통해 시야를 넓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집중해 그 세계 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숙소의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숙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온 경험과 여러 컨셉의 숙소를 운영해온 경험들을 바탕으로 쌓은 숙소 운영 노하우를 많은 분께 널리 널리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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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숙소를 운영하다 보니, 숙소 운영을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면 ‘아, 이런 사람이 운영하는 숙소는 정말 좋겠다.’ 혹은 반대로 ‘아, 이런 사람은 절대 숙소를 운영하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조차 스스로가 숙소를 운영해도 되는 사람인지 확신이 들지는 않았지만, 전자에 해당하는 운영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바람직한 숙소 운영자의 덕목을 깨닫는 순간은 대부분 아쉬운 순간들이었다.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 텐데.’를 깨닫는 순간마다 숙소 운영자로서 갖춰야 하는 것들을 배우게 되었기 때문이다.
매거진 온 2019년 4월호에 실린 이 글의 네 번째 칼럼 ‘게스트하우스에 가장 필요한 한 가지, 사람’(https://brunch.co.kr/@merrychloemas/11)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위해 중요한 조건은 숙소의 위치, 콘셉트, 인테리어, 서비스, 가격 등 다양하다. 그러나 단연 ‘운영자의 역량’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싶다.
숙소를 운영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내가 맡은 숙소들에 집중하느라 사실상 외부의 좋은 숙소들을 살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또, 한동안은 내 숙소에만 집중해도 모자란 시간의 연속이었다. 각 숙소에 최적화된 매뉴얼을 만들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계속해서 매뉴얼을 보완하니 어느 순간 ‘아, 이 정도면 되었다.’ 싶은 때가 찾아왔다. 그런데, 꼭 그렇게 마음을 놓는 순간마다 ‘뼈를 때리는 듯’ 정곡을 찌르는 피드백을 듣곤 했다. 그래서 여전히 숙소 운영자로서 배우고 갖춰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게스트를 전화, 온라인, 현장 등에서 동시에 응대하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한 게스트를 기억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잊지 못할 사람들이 몇몇 있다. 기억에 남을 정도의 게스트라면 꼭 에피소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에피소드 대부분은 안 좋은 일이라는 게 웃프지만, 어쨌든 그런 사건들을 통해 몇 번을 되새기고 깨우친 것이 있으니 바로 ‘꾸준함’의 힘이다. 숙소가 얼마나 꾸준하게 잘 운영되는지는 ‘고객 후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객이 남긴 후기에는 때로 운영자가 알려주지 않은 정보까지도 세세하게 담는다. 결국 고객의 후기는 숙소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정보이다.
숙소가 얼마나 꾸준하게 잘 운영되는지는 ‘고객 후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숙박업소라면 갖춰야 하는 꾸준함 중 하나는 ‘청결’이다. 청결한 숙소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인데도, 운영자가 지치면 꾸준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청결은 꾸준하지 않으면 바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여러 번 이야기했던 청결함을 유지하는 노하우 중 하나는 ‘더블 체크’이다. 더블 체크란, 청소 시간에 깨끗하게 청소를 하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청소가 끝난 후에 또 다른 사람이 두 번, 세 번 청소 상태를 확인하는 행동을 말한다.
‘더블 체크’를 처음 매뉴얼화시킨 것 또한, 어떤 고객의 후기 때문이었다. 숙소 운영을 맡은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모든 직원이 열과 성을 다해 청소며 서비스며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한 객실의 청결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분명 깨끗하게 청소를 한 객실이었는데, 고객의 컴플레인을 듣고 객실에 가보니 침구와 바닥에 먼지와 머리카락이 많이 쌓여 있었다. 원인은 청소 시간 동안 열어두었던 창문이었다. 환기를 위해 열어둔 창문을 청소가 끝나고 닫아야 하는데, 깜박하고 계속 창문을 열어둔 바람에 외부에서 이물질이 많이 들어온 것이다. 결국 그 고객은 객실이 깨끗하지 않다는 후기를 남겼다. 당연히 억울했지만, 고객에게 변명할 수는 없었다. 청소의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우리의 잘못이었기 때문이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는 청소의 가장 마지막 과정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최소한 한 번 이상은 다시 객실을 확인하는 ‘더블 체크’를 매뉴얼에 추가하였고, 지금까지도 계속 실행 중이다.
청소는 숙소를 운영하는데 가장 필수적이고 가장 반복적인 업무다. 그래서 쉽게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나태해질 수 있는 업무이기 때문에 숙소 운영자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업무이기도 하다. 청소를 하나의 예로 꾸준함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하였지만, 사실은 모든 업무가 꾸준하게 일정 수준 이상 성과를 내도록 유지해야 한다.
청결한 숙소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인데도, 운영자가 지치면 꾸준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게스트하우스의 고객은 전 세계에서 찾아온다. 그 고객들은 인종, 국적, 직업, 라이프스타일, 여행 스타일 등 모든 것이 다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게스트하우스의 전 고객을 100%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숙소로서의 기본 기능에 충실하고, 그 이후 숙소 별로 디테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차이를 주면 된다.
숙소마다 현실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한계가 있다. 사실 숙소의 위치, 규모, 콘셉트 등에 따라 서비스의 범위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소 운영자들이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 하나는 바로 예외 상황이다. 숙소의 규칙이 A이기 때문에 모든 고객이 A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확률은 10% 미만이다.
나 또한 숙소를 운영하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시야가 넓어졌고, 그만큼 다양성에 대해 존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런 착각(?)을 깨부수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가장 자주 발생하는 당황스러운 일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행동이다. 한 예시로 ‘객실 내부에서도 신발을 신고 다니거나, 욕실 슬리퍼를 밖에서 신고 다니는’ 외국인 고객들이 종종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실내와 실외의 구분이 명확한 문화지만, 이러한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본인이 익숙한 습관에 따라 신발을 신고 벗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고객들에게 언제 신발을 벗어야 하는지, 그리고 욕실 슬리퍼는 욕실에서만 신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어도 잘 실천하지 못한다.
분명 오랜 시간 동안 몸에 밴 습관을 거스르고 며칠 동안 새로운 규칙을 따라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머리로는 그러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비슷한 상황이 눈앞에서 발생할 때마다 당황스럽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그러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을 보면 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이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이 상황에 대한 해결책은 계속해서 안내하는 방법밖에 없다. 숙소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은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운영자의 대처 방법이다. 게스트하우스는 다양한 고객들을 마주하는 만큼 매번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
문화적 차이가 아닌 개인적인 성향이나 취향의 차이로 발생하는 예외 상황들도 많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이불의 재질이 맘에 안 드는 고객이 있을 수도 있고, 조식으로 제공하는 메뉴 중 커피의 맛이 맘에 들지 않는 고객이 있을 수도 있다.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고객들도 종종 있다. 다섯 명이 3인실을 예약하고 와서 추가 금액을 지불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운영자에게 사전에 요청 없이 몰래 반려견과 숙박하려는 사람들도 나타난다. 이렇게 당황스럽고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면 운영자는 금방 지칠 수밖에 없다.
때로는 예외 상황임에도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숙소 운영 자체가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라는 걸 고려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한 달도 못 가서 신경쇠약에 걸릴지도 모른다. 그만큼 숙소 운영자라면 어떤 일에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의연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결국 100명의 고객을 위해서는 100개의 다른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만큼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100명의 고객을 위해서는 100개의 다른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DNA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것처럼, 예비 창업자에게는 숙소 운영을 시작하기 전, 미리 숙소 운영자의 DNA를 몸과 마음에 심어두라고 말하고 싶다. 숙소 운영자가 되는 순간부터는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사람처럼 행동하도록 말이다. 그만큼 숙소를 운영하기 위해선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게스트하우스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창업 컨설팅을 할 때 가장 첫 번째로 ‘나를 돌아보기’라는 주제로 이야기한다. 사실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최소한 ‘이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가.’ 혹은 ‘이 일은 내가 잘하는 일인가.’를 생각해봐야 하는데, 예비 창업자의 대부분은 객관적인 정보를 확인하는 것에 급급하다. 예를 들면, ‘게스트하우스에 얼마를 투자하면 얼마를 벌 수 있다더라.’ 혹은 ‘게스트하우스 오픈해서 1년 동안 얼마를 벌었다더라.’와 같은 식이다. 하지만 숙소 운영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해야 할 일이 훨씬 많다.
그러므로 내가 과연 숙소 운영자로서의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수익률을 따져보는 것만큼 중요하다. 결국, 그 수익률을 만들 사람은 자신이므로, 본인이 진짜 운영을 잘 할 자신이 있는지, 숙소 운영에 적합한지, 준비된 사람인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의 DNA는 어떤 특징들이 있을까? 게스트하우스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았다. 이 중에 몇 개나 해당이 되는지 셀프 진단을 해보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채워나가길 추천한다.
[숙소 운영자의 셀프 체크리스트]
[연재목차]
(게스트하우스의 사람 이야기)
01. 프롤로그 + 나는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입니다.
02.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의 하루, 밀착취재 25시간.
03. 게스트하우스에는 왜 ‘게스태프’가 생겼을까?
04. 게스트하우스에 가장 필요한 한 가지, 사람.
(게스트하우스의 운영 이야기)
05. 게스트하우스 사장님들의 고민
06. 세상에는 좋은 게스트하우스도 많고, 나쁜 게스트하우스도 많다.
07. 운영이 잘 되는 숙소에는 ‘그것’이 있다.
08. 게스트하우스 스탠다드
(게스트하우스의 창업 이야기)
09. 게스트하우스는 숙박업일까, 서비스업일까, 부동산업일까.
10.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의 DNA
11. 될 사람은 된다? 잘 될 숙소는 된다!
12. 그럼에도 나는 게스트하우스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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