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6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위클리온이 발송된 날이었다. 뉴스레터 특성상 설문이 아닌 이상 구독자의 피드백을 접할 일이 많지 않았는데, ‘Re:’로 답장이 날아오니 순간 실수했나? 싶은 마음에 심장이 철렁했다. (다행히 뉴스레터가 아닌 다른 콘텐츠의 오타를 제보해주신 것이었다.)
오타는 뒷전이고 오랜만의 피드백에 반가워하던 순간, 알고 봤더니 에어비앤비 호스트?! 구독자를 직접 만날 기회, 놓치지 않을 거예요.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신 구독자 ‘최인욱’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를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인욱: 안녕하세요, IT 기업에서 서비스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최인욱입니다.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인욱: 직장 생활을 한 지는 16년 정도 되었고 그동안 정말 다양한 일을 해 본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마케팅 업무를 오랫동안 했고,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리더를 맡기도 했어요.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어쩌다 보니 서비스 기획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들만 셋을 둔 아빠거든요. 😂
또 ENFJ라 그런지(?)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어요.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기 전에 사이드 프로젝트로 물건을 팔아본 적도 있고, 글쓰기도 좋아하는 편이에요.
스테이를 운영 중이신 것도 관심사가 다양한 덕분일 수 있겠네요. 스테이는 어떻게 오픈하시게 되었나요?
인욱: 강릉이 본적이라 친척도 뵐 겸 종종 갔었는데요. 2018년 겨울에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렸잖아요? ‘시골에서 올림픽이 열리는데 재밌는 게 없을까?’란 생각이 들었죠.
올림픽이 개최되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할 테니 그때가 기회라고 느껴졌어요. 전세로 주택을 얻으면 위험 부담도 적고요. 그래서 2017년 말, 처음으로 스테이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벌써 5년 차 에어비앤비 호스트이시네요!
인욱: 그렇죠. 다만 처음 오픈한 전셋집에서 계속 운영하고 있지는 않아요. 집을 고쳐보고 싶었는데, 전셋집이라 원하는 대로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거든요. 중간에 2년 정도는 공동주택에서 운영하다가, 결국 작년인 2021년에 27년 된 단독주택을 매입하고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했어요.
직장에 다니면서 호스트 역할까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인욱: 저는 삼성동에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고, 와이프도 맞벌이라 애 셋 키우기만 해도 바쁘죠. 더욱이 서울에서 강릉까지 200km 정도 되거든요.
다행히 고모님이 강릉에 거주하고 계셔서 예약 스케줄을 공유하며 스테이 청소나 운영을 부탁드리고 있어요.
하우스 키핑 말고도 숙소를 운영하다 보면 기타 시설도 관리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만 원격으로 시도하는 편이에요. 꽃이나 화단은 한번 시작하면 손이 많이 가거든요. 어차피 자주 갈 수 없으니 한 달에 한 번만 가더라도 대부분은 원격으로 가능하도록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원칙을 세웠죠.
원격 운영이라니, 숙박산업의 디지털화를 선도하고 계시군요. (ONDA 슬로건입니다. 큼큼)
인욱: 처음 스테이를 오픈했을 때만 해도 준비를 못 했지만, 단독주택을 매입하면서는 초기 설비 단계에서 IoT도 같이 도입했어요.
예를 들어 보일러나 에어컨이 켜져 있을 때 직접 가서 끄면 좋겠지만 갈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그럼 전기세가 많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보일러나 냉난방부터 도어락, 조명까지 모바일로 원격 제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번 앱에서 터치하면 200km 떨어진 강릉 스테이에서 반영되니, 안 할 이유가 없죠.
스테이 오픈 후 어떻게 판매해야 할지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인욱: 오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실 관광지는 집값이 비싸잖아요. 같은 강릉에서도 경포대 쪽은 비싼 편인데,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은 시골이라 비교적 저렴해요. 관광지에서 너무 멀지는 않으면서 조금만 투자해도 숙소로 바꿀 수 있을 만한 곳을 찾아 ‘관광지가 아닌 목적지로서의 숙소'가 되는 걸 목표로 했죠. 또 저희처럼 아이가 있는 가족 고객을 타깃으로 삼았어요.
그렇게 목표와 결이 맞는 ‘에어비앤비' 플랫폼에서 객실 판매를 시작했어요. 보통 숙소가 어느 정도 갖추어진 상태에서 에어비앤비에 등록하잖아요? 저는 반대로 준비되지 않은 빈 곳이었을 때 등록해두고 리모델링 과정에서 변화가 있을 때마다 업데이트했어요. 물론 예약은 막아뒀지만, 검색에 꾸준히 노출되니 여행객도 숙소를 인지할 수 있거든요.
신규 숙소인 만큼 신뢰를 구축하려면 리뷰가 필요했고, ‘가격보다는 좋은 리뷰 10개를 쌓자'라는 마음으로 초기 프로모션도 열심히 참여했고요.
에어비앤비 외에 다른 채널에서 판매해보신 적은 없나요?
인욱: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에서도 판매를 해봤는데요. 6개월 후에 때려치웠습니다. 🤣
에어비앤비는 숙소를 예약하기 위한 플랫폼이지만, 인스타그램은 대부분 콘텐츠를 보러 오잖아요. 이용 목적이 다르다 보니 인스타그램 사용자에게 강릉 시골의 독채 스테이를 판매한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더라고요.
또 ‘4박 5일 견적 내주세요.’라고 DM 문의가 오면 주말 가격이나 연박 할인율 등을 계산해서 응대하는 데 10~20분 정도 소요되거든요. 막상 객실 가격을 알려드리면 더 알아보고 입금하겠다는 분들도 종종 있어서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어요.
업무 시간에 빠르게 응대할 수도 없다 보니 개인이 확인하고 결제하면 예약이 확정되는 시스템을 찾게 된 거죠.
물론 ONDA의 판매대행 서비스로 여러 사이트에 판매해볼까 생각해봤지만, ‘강릉 마당집'은 객실이 많지 않은 독채 스테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채널에 집중하는 걸 택했어요.
강릉 마당집을 오픈한 지 1년이 흐른 지금은 어떤 전략을 취하고 계세요?
인욱: 운영 초기에는 판매 채널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고객에게 숙소를 인지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면 중기로 접어든 지금은 만족도에 신경 쓰고 있어요.
에어비앤비는 많은 분이 아시다시피 후기를 남기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요. 고객과 호스트가 서로 후기를 남기면 공개되는 방식인데, 때로는 후기가 솔직하지 못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 사람 특성상 3점 줄 거 5점 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에어비앤비에 남기는 리뷰 외에, 숙소 개선을 위한 설문을 별도로 받고 있어요. 남겨주신 점들을 보완하고, 또 그걸 다음 고객에게 안내해드리죠. 물론 피드백을 남겨주신 고객은 이미 떠난 후라 의미가 없지만, 이전 고객이 남긴 의견 덕분에 준비한 부분이라고 알려드리면 다음 고객도 좋아하시더라고요. 투숙객 의견에 귀 기울이는 숙소라는 걸 은연중에 인지하실 테니까요.
또 재방문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숙소 SNS에 올릴 수 있는 사진을 보내주시는 분들께 소소한 선물을 드리기도 해요. 보내주신 후기로는 주 1회 게시물이 올라가도록 예약해뒀답니다.
고객 후기로 SNS 마케팅까지 하고 계신 셈이네요.
인욱: 다른 스테이 인스타그램을 보면 유독 감각적인 사진이나 ‘살랑살랑', ‘고즈넉한 봄바람' 같은 휴식을 미화한 문구가 많아요. 숙소 큐레이션 플랫폼 임원분의 말을 빌리자면 딱 2년 간다고 하더라고요.
손님이 남긴 리뷰는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지속적으로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 소재가 되고, 숙소를 찾는 잠재고객에게도 필요한 정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강릉 마당집이 에어비앤비에서 잘 팔리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인욱: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마당집 이전에 경포대 근처 공동주택에서도 스테이를 운영했었는데요. ‘초당동 20평 공동주택'과 ‘시골 20평 단독주택', 두 숙소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한가지 발견한 점이 있었습니다.
스테이를 예약하기 전 몇 개의 숙소를 찾아봤는지 조사하니 관광지 근처의 객단가가 저렴한 숙소(초당동 20평 공동주택)는 5~6개를 찾았지만, 시골의 객단가가 높은 숙소(시골 20평 단독주택)는 20개 이상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관광지 근처는 워낙 숙소가 많으니 빠르게 예약하는 게 중요하지만 (1) 아이들과 함께 갈 (2) 마당이 있는 (3) 프라이빗한 숙소를 원하는, 조금은 복잡한 니즈가 있는 사람들은 결국 에어비앤비를 찾는 것 같아요. 아이가 기어 다니면 호텔을 가긴 어렵거든요.
6연속 슈퍼호스트에 선정되셨다고···!
인욱: 슈퍼호스트는 절대 평가이기 때문에 성실하게 예약을 수행하고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하면 누구나 될 수 있어요. 다만 100번의 예약건 중 2번 이상 호스트가 먼저 취소하면 슈퍼호스트가 될 수 없는 조건이 있는데 이번에 더 강화됐다고 들었어요.
슈퍼호스트가 되면 신뢰도 측면에서 좋은 건 물론이고, 필터 검색 기능을 통해 슈퍼호스트 숙소만 따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에어비앤비 노하우는 빠삭하시겠어요.
인욱: 우리나라만 해도 호스트가 약 4만 명 정도 되는데요. 초보 호스트를 잘 적응시키기 위해 에어비앤비에서 앰배서더 공식 코치를 운영해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10명의 앰배서더가 있고, 그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어요.
숙소를 등록하기만 해도 바로 매칭이 되기 때문에 100명이 매칭되었다고 가정하면 50%는 허수고, 나머지 50% 중에 정말 숙소를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뭐부터 물어봐야 할지 모르는 분들도 많아서 가장 먼저 호스트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부터 체크해요. 눈높이에 맞춰 코칭해드리는거죠. 통장 만드는 법부터 예약 메시지 쓰는 방법 등 제가 이전에 올려둔 블로그 링크를 전달해 드렸더니 좋아하시더라고요. 물론 읽지는 않으세요. 🤣
한 예로 제가 컨설팅한 지 8분 만에 첫 예약을 받으신 호스트도 계셨어요. 호스트에게 예약 가능성을 전제로 숙소 정보를 어떻게 수정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전달했고, 호스트님도 저를 믿고 피드백을 수용해주신 거죠. 8분 만에 예약이 들어올 줄은 몰랐는데 호스트님도, 저도 신기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앰배서더로 활동한 지 8개월 정도 됐고, 지난달 기준 호스팅 성공 전환율 1등을 차지했답니다.
그럼 반대로 인욱님이 처음 호스트가 되셨을 때는 어디서 정보를 얻으셨어요?
인욱: 에어비앤비는 비교적 다른 판매채널보다 숙소를 등록하는 게 쉽고 직관적이에요. 가이드도 잘 되어있고, 스스로 부딪혀보면서 개선해나간 것 같아요.
그 외로 위클리온 통해서 숙박업 전반의 동향을 파악하거나,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정보도 잘 받아보고 있어요.
스테이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인욱: 최대한 원격으로 가능하도록 준비했는데, 어쩔 수 없이 급한 일이 생길 때는 힘들더라고요. 눈이 많이 오는 바람에 마당에 꾸며놓은 전구가 내려앉아서 깨진 적이 있었어요. 심지어 평일이었는데 다음날 손님이 오실 예정이었기에 새벽까지 깨진 조각 줍느라 고생 좀 했죠.
인스타그램에서 예쁜 숙소 구경하다 보면 우리 숙소에도 시도해보고 싶지만, 결국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손님이 없는 날에는 가족들과 머물 수 있어서 좋아요. 마당 있는 삶을 꿈꿔왔거든요. 또 고객의 95%가 아이를 키우는 부부인데, 아이들을 위해 준비해놓은 욕조나 미니 수영장을 보고 만족하실 때 동질감을 느껴서 좋더라고요.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기준이 정말 중요하겠네요. 인욱 님만의 운영 철학이 있을까요?
인욱: 상황에 맞게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자칫하면 애정이 아니라 애증의 숙소가 될 수 있거든요.
고객 입장을 존중하는 것도 필요해요. 불편한 점을 얘기하신다는 건 정말 많이 고민하신 후에 말씀 주시는 거라 사실은 되게 감사한 거죠. 피드백을 잘 듣고 개선해나간다면 점점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또 만약 입지가 좋지 않다면 컨셉을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골인데 특색 없는 숙소로 두면 사실 아무도 오지 않거든요. 1박에 7~80만 원인 키즈 펜션도 엄마들이 욕하면서도 결국 다시 찾는다고 하잖아요. ‘애견 동반이 가능한', ‘키즈 카페 같은 숙소'처럼 우리 숙소만의 컨셉이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어떤 목표가 있으세요?
인욱: 아이들이 자라면서 스테이의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시니어 호스트의 자립을 도와드리는 앰배서더 활동도 열심히 하고 싶고요.
은퇴하고 호스트가 된 5~60대분들은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으셔서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해요. 140번 정도 메시지를 주고받은 적도 있답니다. 😁 도와드리지 않으면 시니어 호스트들은 혼자 하기가 어렵고, 시니어의 경제적 자립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분들을 도와드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신다면요!
인욱: ‘나는 IT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주말에는 잡초를 뽑고 있네? 과연 투자 대비 수익이 나는 일일까?’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제 결론이에요. 수익도 중요하지만 공간 자체가 주는 의미도 있거든요. ‘나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저런 일도 잘 할 수 있구나' 하며 스스로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삶에 의미를 가져다주는 거죠.
어떻게 보면 작은 사업이니, 추후 큰 사업을 할 때 기반이 될 수 있는 경험이지 않을까요? 만약 숙소 창업을 고민 중이시라면 입지 선정부터 운영 방법까지 도움받을 방법은 다양하니 일단 시작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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