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BTS 부산 공연을 앞두고 평일 6만 8천 원이던 방이 76만 9천 원이 됐다. 공정위·소비자원 조사에서 공연 주말 부산 숙박비는 평균 2.4배, 최대 7.5배였다.
  • 정부는 2026년 2월 요금 사전신고제와 영업정지 5일을 내놨다. 방향은 옳지만 매일 바뀌는 요금을 신고로 담기 어렵고 6만 개 가까운 업소를 사람이 지켜볼 수도 없다.
  • 기준 가격, 채널 매니저가 남기는 요금 이력, 실제 투숙객 리뷰가 작동하는 판매 채널이 있으면 단속을 늘리지 않아도 바가지가 설 자리가 줄어든다.

BTS 부산 공연(2026년 6월 12~13일) 일정이 알려지자 부산 동래구의 한 숙소는 평일 6만 8천 원이던 방을 공연일에 76만 9천 원으로 인상했다. 10배가 넘는 금액이다[1].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부산 숙소 135곳을 조사해 보니 공연 주말 요금은 평소의 평균 2.4배, 최대 7.5배였다[2]. 서울도 다르지 않았다. 종로구의 한 모텔은 평소 토요일 약 14만 원이던 요금을 BTS 광화문 공연 당일 50만 원으로 올려 내걸었다[3].

관광불편신고센터 자료를 보면 2025년 1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들어온 바가지요금 관련 신고 213건 가운데 138건이 숙박이었고 그중 117건이 아이돌 공연 때의 일방적 예약취소·위약금 문제였다. 신고 213건 중 157건(74%)은 외국인이 냈다[4].

정부가 움직였다. 2026년 2월 2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바가지요금 근절대책'이 나왔다. 우리나라가 관광강국으로 성장하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으로서 정부의 방향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현장에서 보면 이것만으로 충분할지는 의문이 남는다.

정부 대책의 네 가지 축

정부가 발표한 대책의 골자는 아래 표와 같다[4].

대책내용
자율요금 사전신고제숙박업소가 시기별 요금을 정기적으로(예: 연 1회) 미리 신고하는 '바가지 안심가격제도' 도입
제재 강화1차 위반 시 영업정지 5일 (현행: 경고 또는 개선명령)
예약취소 제재가격 인상·재판매 목적의 일방적 예약취소 제재, 계약금 환급·배상 기준 마련
플랫폼 협력정부-플랫폼 MOU, 협약 업소에 '안심가격업소' 표시, 후기 입력체계 고도화·허위 후기 대응

외국 사례도 참고했다. 프랑스는 가격 정보 제공 의무를 어긴 법인에 최대 1만 5천 유로(약 2,500만 원), 독일은 가격 표시 의무를 어기면 최대 2만 5천 유로(약 4,200만 원)의 벌금을 물린다[4]. 미국 캘리포니아는 형법 396조(가격 폭리 금지)로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호텔·모텔 요금을 10% 넘게 올리지 못하게 한다[5].

문제 인식은 정확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바가지를 한 번 겪으면 그 한 번이 한국 전체의 이미지가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8년간 이 업계에 있으면서 분명하게 관찰한 것이 있다면 단속과 제재만으로는 시장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본 세 가지 질문

연 1회 신고로 매일 바뀌는 요금을 담을 수 있을까?

숙박 요금은 매일 바뀐다. 평일과 주말이 다르고 비수기와 성수기가 다르고 주변에 행사가 있느냐에 따라 또 달라진다. 글로벌 호텔 업계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요금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수익 관리(Revenue Management)가 상식이다. 정부 대책은 신고 주기의 예로 연 1회를 들었다. 연 1회 신고는 선의의 출발점이지만 숙박업은 365일 중 같은 날이 하루도 없어서 요금을 한 번의 신고로 담기는 어렵다.

"과도한"의 기준은 누가 정하나?

정부 대책 문서도 성수기 과도한 가격 인상의 문제점으로 "합리적 가격설정 기준 부족"을 꼽는다[4]. 성수기 인상률 가이드를 민간 자율에 맡긴다면 그 기준을 누가 만들지부터 정해야 한다.

글로벌 호텔 업계에는 기준 정가(Rack Rate)라는 개념이 있다. 할인이나 프로모션을 적용하기 전의 공식 정가로, 호텔의 '천장 가격'이라 보면 된다. 모든 할인은 이 가격에서 내려가고 소비자는 기준 정가를 보고 지금 가격이 비싼지 싼지 판단한다.

수요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항공권도 성수기에는 2~3배가 되는데 이것을 동적 가격 책정(Dynamic Pricing)이라 한다. 문제는 기준 가격이 없는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도 주지 않고 10배를 올리는 것이다. 거기에 가격 담합까지 더해지면 훨씬 심각해진다. 기준 정가가 있고 소비자가 그 가격을 알 수 있다면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고 시장의 판단이다.

한국 숙박시장에는 이 기준 자체가 없다. 같은 방이 야놀자에서는 6만 원, 여기어때에서는 5만 원, 또 다른 예약 플랫폼에서는 7만 원이다. 기준이 없으니 얼마가 적정한지 판단할 근거도 없다.

글로벌 표준은 정가(Rack Rate)에서 할인이 차례로 내려가는 체계이고 한국 현실은 플랫폼과 채널마다 기준 없이 흩어진 가격이라는 것을 비교한 그림

6만 개 업소를 누가 지켜볼 수 있을까?

로빈컴퍼니 집계로 전국 숙박업소는 59,619개다[6]. 이 업소들의 요금 변동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인력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부산 135개 숙소를 조사하는 데도 상당한 품이 들었다. 전국으로 넓히면 물리적 한계가 분명하다.

제재 수준도 따져 봐야 한다. 업주가 콘서트 주말 이틀에 500만 원을 벌 수 있다면 영업정지 5일은 억지력이 되기 어렵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부당이득이 제재보다 크다. 프랑스(약 2,500만 원)나 독일(약 4,200만 원) 수준의 벌금이 아니면 실효성에 의문이 남는다.

단속 말고 시스템

숙박 IT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기술 인프라 이야기를 꺼내는 건 매우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 업계에서 단속만으로 시장이 바뀌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의견을 전하고 싶었다. 나는 이 문제의 본질이 나쁜 업주를 잡는 데 있지 않고 바가지를 씌울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가격 투명성은 기술로 만든다

프랑스는 2016년부터 숙박업소가 정문 가까운 건물 외부에 그날 밤 더블룸 요금을 게시하도록 했다. 조식과 인터넷 포함 여부까지 적어야 하고 모든 가격은 세금을 포함한 금액으로 표시한다[7]. 가격이 밖에서 보이면 터무니없는 요금은 저절로 눈에 띈다. 게시 의무가 노린 것도 그 효과다.

한국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건물 외벽 대신 디지털 시스템으로 하면 된다. 숙박업소가 채널 매니저나 숙소 관리 시스템(PMS)으로 요금을 관리하면 시기별 요금이 자동으로 기록된다. 연 1회 수기로 신고하는 대신 시스템이 요금 이력을 실시간으로 남기고 이상 변동이 감지되면 알림을 보낸다. 6만 개 업소를 사람이 일일이 점검하지 않아도 데이터가 점검한다.

리뷰가 바가지를 걸러 낸다

투숙 확인 리뷰를 쓰는 OTA에서는 실제로 묵은 손님만 리뷰를 남길 수 있다. 이런 OTA에서 7만 원짜리 방을 77만 원에 팔면 곧바로 나쁜 리뷰가 달리고 점수가 떨어진 숙소는 검색 순위에서 밀려 예약이 준다. 정부가 단속하기 전에 시장이 먼저 평가를 통해 자정작용을 해준다.

광고가 순위를 채우는 구조와의 차이도 여기서 드러난다. 한국소비자원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야놀자·여기어때에서 모텔 상위 노출 상품의 100%가 광고 상품이었다. "추천순"이라는 표시 뒤에 광고 상품이 섞여 있어 소비자는 광고인 줄 알기 어려웠다[8]. 2021년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는 숙박앱을 쓰는 업체의 92.4%가 노출 순서가 불합리하다고 답했다[9].

리뷰 중심 OTA에도 유료 광고 상품이 있어 완전히 공정하지는 않다. 하지만 기본 알고리즘에 리뷰 점수, 전환율, 가격 경쟁력 같은 품질 지표가 반영돼 좋은 숙소가 위에 오를 확률이 높다. 광고비만으로 순위가 정해지는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바가지를 씌우는 숙소는 정부 단속 없이도 이 구조 안에서 도태된다.

프랑스가 OTA 생태계를 바꾼 방법

프랑스는 한 발 더 나갔다. 2015년 마크롱법(Loi Macron)으로 OTA의 최저가 동등 조항(Price Parity)을 무효로 만들어 호텔이 자체 홈페이지에서 OTA보다 낮은 가격을 낼 수 있게 했다[10]. 독일도 연방카르텔청이 2013년과 2015년에 대형 OTA들의 최저가 조항을 잇달아 금지했고 2021년 연방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숙박업소가 자체 채널을 키울 수 있게 된 것이다. 플랫폼에 100% 종속되지 않으면 가격 결정권이 업주에게 돌아오고 플랫폼이 가격을 왜곡할 여지도 줄어든다.

한국도 이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업주가 자체 채널을 갖고 여러 OTA에도 함께 노출되면 그 안에서 가격 투명성이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AI가 읽을 수 있는 관광 인프라

프랑스는 법으로, 리뷰 중심 OTA는 알고리즘으로 시장을 정화했다. 지금 우리는 누구나 체감하는 AI 혁명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고 필자도 그 파도를 맨몸으로 맞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래서 한 가지 화두를 더 꺼내고 싶다. 이제 여행자는 챗GPT에게 "서울에서 가성비 좋은 숙소 추천해줘"라고 묻는다. AI가 추천하는 숙소와 AI가 신뢰하는 정보가 여행자의 선택을 좌우하기 시작했다.

AI는 구조화된 데이터를 읽는다. 가격 이력, 리뷰 점수, 시설 정보, 정부 인증 여부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으면 AI는 그 숙소를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한다. 플랫폼의 '안심가격업소' 표시도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공개되면 전 세계 AI 서비스가 그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정부의 인증 체계, 플랫폼의 가격 데이터, 업소의 시설 정보가 하나의 디지털 생태계로 이어져야 한다. AI가 숙소를 고르는 기준은 AI가 내 숙소를 추천하게 만드는 법에 따로 정리했다.

한국의 숙박 상품을 표준화하고 글로벌화하는 데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온 회사들이 있다. 이런 현장의 역량과 정부의 정책 방향이 만나면 "바가지 없는 나라"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이 될 수 있다.

바가지를 못 씌우는 나라

물론 바가지를 씌우는 업주도 있지만 그동안 만난 사장님 대부분은 성실하고 투명하게 운영하셨다. 일부의 바가지 때문에 그분들까지 같은 눈총을 받는 게 안타깝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누구나 볼 수 있는 기준 가격, 데이터로 하는 요금 모니터링, 리뷰가 제대로 작동하는 판매 채널이 더해지면 단속을 늘리지 않아도 바가지가 설 자리가 줄어든다. 그러면 한국은 바가지를 잡는 나라에 머물지 않고 바가지를 씌울 수 없는 나라, 전 세계 누구나 믿고 찾아오는 관광강국이 될 수 있다.

참고자료

  1. 경향신문, "부산, 6월 BTS 공연 소식에 또… 1박 77만원, 숙박비 10배 '껑충'" (2026.1.15) · khan.co.kr
  2. 공정거래위원회, "부산지역 숙박시장 실태조사 결과" (2026.2.13) · korea.kr
  3. 머니투데이, "'모텔급도 1박에 50만원' BTS 컴백 특수, 선 넘은 숙박비" (2026.1.26) · mt.co.kr
  4. 관계부처 합동, "바가지행태 근절로 '다시 찾고싶은 대한민국' 건설, <바가지요금 근절대책> 발표" (2026.2.25) · korea.kr
  5. California Penal Code, "Section 396" · california.public.law
  6. 로빈컴퍼니, "우리나라 숙박시장 2024 : 전국" (2025.4.15) · lobin.co
  7. Légifrance, "Arrêté du 18 décembre 2015 relatif à la publicité des prix des hébergements touristiques marchands autres que les meublés de tourisme et les établissements hôteliers de plein air" (2015.12.18) · legifrance.gouv.fr
  8. 한국소비자원, "숙박 예약 플랫폼, 상위 노출 상당수가 광고 상품?" (2023.5) · kca.go.kr
  9. 중소기업뉴스, "숙박앱 가입업체 94.8% '앱 수수료·광고비 부담 과다'" (2021.2.4) · kbiznews.co.kr
  10. Légifrance, "Article L311-5-1 - Code du tourisme" (2015.8.8) · legifrance.gouv.fr

자주 묻는 질문

정부의 바가지요금 근절대책에는 어떤 내용이 있나요?
2026년 2월 2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됐습니다. 숙박업소가 시기별 요금을 미리 신고하는 바가지 안심가격제도(자율요금 사전신고제),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5일, 가격 인상·재판매 목적의 일방적 예약취소 제재, 플랫폼과 협약한 업소의 '안심가격업소' 표시가 핵심입니다.
요금 사전신고만으로는 왜 부족한가요?
숙박 요금은 평일과 주말, 비수기와 성수기, 주변 행사에 따라 매일 바뀝니다. 정해진 주기로 신고한 가격표로는 실제 판매 가격을 담기 어렵고, 전국 59,619개 숙박업소를 사람이 일일이 점검할 수도 없습니다.
바가지를 막는 시스템은 어떻게 만드나요?
누구나 볼 수 있는 기준 가격, 채널 매니저나 PMS가 자동으로 남기는 요금 이력, 실제 투숙객 리뷰가 순위에 반영되는 판매 채널이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그러면 단속을 늘리지 않아도 바가지가 설 자리가 줄어듭니다.